"개성에 돈 벌러 갔지만, 평화도 안보도 거기 있더라"

입력 2019-02-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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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에 돈 벌러 갔지만, 평화도 안보도 거기 있더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북미협상에 돌파구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리는 기업인이니 기본적으로 돈 벌러 갔죠. 그런데 가서 보니 돈도 있지만 평화도, 안보도 거기 있더라는 거예요. 교과서에서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라,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것입니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발표한 지 10일로 꼭 3년. 그러나 개성공단 중요성을 설명하는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3년에 이른 막막한 기다림이야말로 헤아릴 수 없다면서도, 개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위치한 협회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건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한다"면서 "내 자산이 거기 있고, 내 평생의 일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사업을 하다 보니 사명감도 생기고 미래관도 생긴다"며 "특히 남북관계 면에서는 경협의 힘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남북은 주적 관계라고,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혹이 났다고 배워온 게 사실인데 직접 보니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새삼스러운 사실을 눈으로 배웠어요. 서로 말이 통하고 교류가 일어나면서 관계가 진전된다는 것을 본 거죠. 10년간 사건·사고 하나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게 줄어들더라는 겁니다."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북한은 다음날 공단 폐쇄와 남측 자산 동결, 남측 인원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인들은 사실상 빈손으로 쫓겨나다시피 돌아왔다.
이후 시설 점검을 목적으로 방북하겠다고 정부에 7차례 신청했지만, 번번이 허사였다. 문재인 정부에 접어들면서 기대는 더 높아졌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질곡에 빠진 입주 기업들의 경영 사정은 갈수록 악화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가동중단 2년을 맞은 작년 2월 입주 기업 124곳 가운데 10여 곳이 경영상 어려움으로 휴업 중이라고 파악했다. 국내외에 개체 공장을 확보한 곳은 30여곳, 국내에서 기존 공장을 증설하거나 대체 시설을 확보한 업체는 70∼80여곳이다.
생산이 끊인 입주 기업 한 곳은 2016년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했지만, 개성에 자산(공장)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최근 상황은 파악조차 쉽지 않다.
신 회장은 "그 후로는 지쳐서 실태조사를 하지도 않는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추측하는 정도다. 기업을 상대로 설문을 한들 어려운 사정에 응답률도 낮고 새로 나올 것도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시선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될지 주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북미 간 논의가 순조로우면 개성공단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신 회장은 "당사자인 북한에서 먼저 치고 나온 것이니 미국이든 유엔이든 국제사회도 개성공단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무엇인가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1년간 롤러코스터를 타던 상황이었는데, 개성공단 중단 3년에 즈음해 어떤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에서 노골적으로 공단 재개를 요구했는데 미국에서 뭔가 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제 미국이 해결해야 할 순서"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추후 계획을 일단 이번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뤘다.
그는 "지금은 우리가 방북 같은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일단은 논의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미국에도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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