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출연진 화제성 높지만 연출·선곡 아쉬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출연진만 보면 '빌보드도 삼켜주겠다'는 뜻의 제목, '킬빌'이 잘 어울리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구슬들을 제대로 꿰지 못한 티가 난다.
9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1월 다섯째 주(1월 28일∼2월 3일) 콘텐츠영향력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 따르면 MBC TV 힙합 경연 예능 '타깃: 빌보드-킬빌'(이하 '킬빌')이 CPI 지수 244.6으로 3위에 신규 진입했다.
지상파에서 사실상 처음 시도하는 래퍼 경연 프로그램 '킬빌'은 시작 전부터 '초호화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양동근부터 도끼, 제시, 산이, 치타, 리듬파워, 비와이까지 국내 힙합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경연 참가자로 나선 덕분이다.
게다가 '킬빌'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경연에서 살아남은 최종 우승팀은 DJ 칼리드와의 협업을 통해 힙합 본고장인 미국 진출에 나서는 기회를 얻는다. DJ 칼리드는 릴 웨인, 핏불, 스눕독, 저스틴 비버, 리아나, 크리스 브라운 등 스타들과 작업해 '빌보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러한 무대를 엠넷 등 케이블 채널이 아닌 지상파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됐고, MBC TV 역시 이 프로그램을 목요일 밤 11시 10분,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파격 편성을 했다.
그러나 막상 방송이 시작하자 기대감은 상당 부분 실망으로 바뀐 분위기다.
일단 면면이 화려한 출연진과 그들의 무대를 제대로 편집하지 못한 게 가장 몰입도를 저해한다는 평가다. 산만한 편집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막에 대해 일부 시청자는 "유튜브 방송보다 못하다"는 혹평도 내놓는다.
또 인기 힙합 스타들을 '모셔놓고' 이미 엠넷 '쇼미더머니' 등 무대에서 공개된 곡들만 선곡해 경연하게 하니 긴장감도 신선함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라성 같은 래퍼들이 계급장을 떼고 완전한 신곡으로 치열하게 겨루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 시청자들은 "히트곡 메들리를 들려주는 방송 같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기획부터 빌보드 차트 진입을 목표로 했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관중의 평가도 받아야 합리적인데, 그런 장치가 없다는 것도 허점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워낙 출연진이 '빵빵'한 덕분에 시청률은 1%대에 머물지라도 화제성만큼은 꽤 좋은 편이다.
특히 '레드 선'(Red Sun)으로 분위기를 띄운 후 '호랑나비'로 무대를 뒤집어 놓은 리듬파워가 1등을 거머쥔 장면은 다음 날까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또 화제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산이가 첫 탈락자로 선정된 것도 오래 회자했다.
한편, CPI 1위는 MBC TV '나 혼자 산다'가 차지했으며 2위는 같은 방송사 '복면가왕'이었다.
☞ 용어설명 : CPI 지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CJ ENM 7개 채널(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XtvN)에서 프라임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직접 검색자수(국내 주요 포털 6개사), 소셜미디어 버즈량(블로그·게시판·SNS 전수조사) 2가지 실측 데이터를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산출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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