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부분파업을 이어가자 모기업이 위협적인 경고를 날렸다. 르노그룹 로스 모저스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주문하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닛산 '로그'의 후속모델 위탁생산 경쟁에서 부산공장이 탈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이 영상 메시지를 지난 1일 부산공장에서 부서별로 시청하도록 했다고 한다.
오는 9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계약이 끝나는 소형 SUV 로그는 지난해 르노삼성이 생산한 21만여대 중 절반가량인 10만7천여대에 달할 정도로 이 회사의 주력 생산 차종이다. 2014년 로그 위탁생산 배정 경쟁 당시 부산공장은 낮은 인건비를 최대 무기로 앞세워 닛산의 일본 규슈공장을 힘겹게 제쳤다고 한다. 로그의 후속 물량이 부산공장에 배정되지 않고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해외 다른 생산기지로 가버린다면 르노삼성은 당장 생산인력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르노그룹의 경고는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큰 우려를 안긴다.
그동안 이렇다 할 노사분규가 없었던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 갱신 교섭에서 기본급 등 고정비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으로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등을 요구하며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28차례 부분파업(104시간)을 벌였다. 회사 측은 최근 조사에서 부산공장 인건비가 일본 공장보다 2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와 노조 측 요구대로 인건비를 올리면 로그 후속 물량 유치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르노삼성의 이 같은 모습은 경기 둔화에 대비하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글로벌 메이커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GM은 석 달 전 북미 5곳, 해외 2곳 등 총 7곳 공장 폐쇄와 1만4000명 감원을 골자로 선제적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포드, 테슬라, 일본 도요타, 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도 줄이어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노사 간에 협력이 부족하고 시도 때도 없이 분규가 빚어지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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