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낮엔 일하고 밤엔 악기연주…화순 밭노래밴드

입력 2019-02-10 09:00  

[사람들] 낮엔 일하고 밤엔 악기연주…화순 밭노래밴드
13개 마을 주민 18명 참여…전통민요 전승도 구슬땀


(화순=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잊혀가는 전통민요 계승 발전에 힘쓰고 대중음악도 즐겁게 연주하며 밴드 활동을 하는 마을 주민들이 있다.
전남 화순군 도암면 도장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7개 면 13개 마을 주민 18명이 참여한 '도장마을 밭노래 밴드'가 그 주인공이다.
도장마을 밭노래 밴드는 2016년 5월 결성한 농촌마을 밴드다.
밴드 이름은 도장마을 주민들이 '도장리 민속보존회'를 구성해 전승하고 있는 '도장리 밭노래'에서 따왔다.
2013년 전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도장리 밭노래는 과거 힘든 목화 농사를 지으며 어머니들이 불렀던 노동요다.
밭노래 밴드 참여 자격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도암면 도장리와 천태리뿐만 아니라 능주·춘양·도곡면 등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50대에서 60대까지, 농업인부터 대학교수·공무원·변호사까지 나이와 직업도 다양하다.
화순에서 자고 나란 원주민과 귀농·귀촌 주민까지 음악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가 됐다.
멤버 대부분이 낮에는 일하고 매주 1∼2회 저녁 마을회관에 모여 연습하며 실력을 쌓았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정기공연을 열고 인근 마을 주민까지 초청해 신나는 무대를 펼친다.
활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축제 무대에도 오르고 초청 공연 횟수도 늘었다.
초기에는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지원 기간이 끝나고는 음향 장비와 악기 구매, 강사비, 식사비까지 모두 회비로 운영하고 있다.

밴드결성의 밑거름은 도장마을 주민들이 추진한 공동체 사업이다.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문화자원을 발굴·전승하는 데 노력해 왔다.
밭노래를 중심으로 다양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펼쳐 도장민요 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2006년부터 동네 주민이 연기자가 돼 마을 전설을 극화한 연극을 중심으로 마을 축제도 해마다 열고 있다.
인근 마을 주민을 초대해 '밭노래 한마당' 축제와 사진전, 서예전도 하고 있다.
밭노래 전승과 밴드 결성에 큰 역할을 한 도장리 민속보존회 총무 김성인(62)씨는 "젊은 사람들이 떠나 삭막해진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마을공동체를 더욱 활성화하자는 의미에서 밴드를 만들었는데 반향이 기대 이상이다"고 전했다.
그는 "도장마을이 전승하고 있는 밭노래가 노동과 삶의 고단함을 잠시 풀고 희로애락을 달랜 것처럼 음악을 통해 여유를 갖고 삶이 풍요로워지고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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