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스타 호르니스트 슈테판 도어, 서울시향과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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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호른은 기네스북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에 등재됐을 만큼 실수도 찾고 연주하기도 어렵기로 소문났다.
손가락을 바꾸지 않고도 입술을 조정해 16개의 음을 낼 수 있는 이 악기는 그만큼 섬세하고 까다롭다. 이른바 '삑사리'가 자주 난다.
관객들이 호른 주자들이 실수하지 않기를 하도 기도해서 호른 주자들은 천국에 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과연 세계 최정상 호른 연주자에게도 '음 이탈'은 두려움의 대상일까.
베를린 필하모닉의 스타 호른 주자 슈테판 도어(54)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호른 연주자가 되기 위한 두 가지 법칙'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음 이탈'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것"과 "의식적으로 매우 짧은 기억력을 갖는 것(지나간 실수는 잊어버리는 것)"이 바로 그것.
도어는 "호른 주자가 실수를 두려워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틀림없이 그 걱정 때문에 실수를 다섯 번은 더하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1993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 호른 수석으로 재직 중인 도어는 현존 최고의 호른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에마뉘엘 파위(플루트),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벤젤 푹스(클라리넷) 등과 함께 베를린 필 최강의 관악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벤저스급 동료'들도 호른의 작은 실수에는 그리 괘념치 않는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베를린필 연주자들은 완벽이란 개념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죠.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동감이 넘치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실수와 같은)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급적이면 실수는 공연이 아닌 리허설에서만 생기는 게 좋겠지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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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비올라와 호른을 병행하다가 15세 이후 온전히 호른으로 전향했다.
그는 다루기 어렵고 예민한 이 악기의 매력으로 "매우 다양한 성질"을 꼽았다.
호른은 금관악기로 금빛 선율을 화려하게 내지를 줄 알지만, 다른 금관악기보다는 음색이 온화하고 부드럽다. 이 때문에 목관오중주 악기에도 포함된다.
둥글게 감싸는 음색 때문에 관악기와 현악기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만일 호른이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는 분명 로맨틱한 사람일 것입니다. 마치 19세기에 활동했던 시인처럼요."
오케스트라 일원으로서가 아닌 솔리스트로서의 그의 호른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도어는 오는 28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협연 무대에 오른다.
베네수엘라의 출신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의 지휘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2번을 선보인다. 모차르트 협주곡들과 더불어 호르니스트들의 핵심 레퍼토리로 꼽히는 곡이다.
그는 "슈트라우스는 뮌헨 궁정 악단 호른 수석으로 봉직했던 아버지 아래에서 호른에 애정을 쏟았다"며 "당대 호른 주자들보다 호른의 가능성을 더 확장한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이 곡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쓰였지만, 역설적으로 편안함과 균형감이 두드러진다. 기교적으로 난해하고 어려운 악구들이 등장해 연주자의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앞선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체임버홀에서는 서울시향 단원들과 실내악 무대도 선보인다.
그는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관객들이 매우 집중하고 공연을 즐긴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번에도 많은 청중과 교감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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