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심전도 측정도 못 하는 '응급구조사' 역할 논란

입력 2019-02-09 08:06  

응급환자 심전도 측정도 못 하는 '응급구조사' 역할 논란
故 윤한덕 센터장, 평소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 신념 드러내
복지부, 119구급대원·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투트랙' 확대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료센터장의 순직으로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2022 응급의료 기본계획'에서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윤 센터장이 생전에 응급구조사 범위 확대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 센터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해왔다.
당장 응급구조사가 심근경색 환자를 이송할 때 심전도를 측정하지 못하고, 벌에 쏘여 쇼크가 온 환자에게도 '에피네프린'과 같은 의약품을 투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는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실제 그는 당장 오는 13일 대한응급구조사협회에서 주최하는 '응급의료체계 고도화에 따른 응급구조사의 역할 및 업무범위 개정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현행법에서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인공호흡, 응급처치 및 지혈, 수액 투여 등 14가지로 제한한다. 이 때문에 14가지 행위를 제외한 의료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당뇨 합병증으로 쇼크에 빠진 환자의 채혈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산모의 응급분만 시 탯줄을 자르는 것도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된다.

이는 응급구조사를 불법 의료행위로 내몰 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복지부 역시 문제를 인지하고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중이다.
우선 복지부는 소방청과 협력해 오는 3월부터 일부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이들을 제외한 민간 구급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도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박재찬 복지부 응급의료과 과장은 "우선 119구급대원들은 소방청 중심으로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복지부에서는 전체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투트랙'으로 추진 중"이라며 "직역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의지가 뚜렷하다고 해도 의료계의 반발은 넘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11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응급구조사 업무에 대한 교육·평가·질 관리 위원회를 구성하고 5년마다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에도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발이 작지 않았다.
당시 의협은 "응급구조사 업무범위를 조정한다는 명목으로 의료인이 아닌 응급구조사가 장차 의료행위까지 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건 응급환자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 전체의 건강마저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윤 센터장은 이러한 의료계 분위기를 의식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보건의료단체를 향해 "응급환자가 처음으로 만나는 의료종사자는 응급구조사"라며 "응급구조사가 침해하는 업무는 극히 일부일 뿐이니 조금만 양보해 주시기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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