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메달 걸고 떠난 '스키 여제' 본…세계선수권 동메달

입력 2019-02-10 23:35  

마지막까지 메달 걸고 떠난 '스키 여제' 본…세계선수권 동메달
은퇴 경기서 '월드컵 86승' 스텐마르크 축하 속 메달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스키 여제' 린지 본(35·미국)이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에서 '금빛 활강'은 아니지만,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에 당당히 선 채 웃으며 작별했다.
본은 10일 스웨덴 아레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활강 경기에서 1분 02초 23의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1위 일카 스투헤치(슬로베니아·1분 01초 74)에게 0.49초, 2위 코린 수터(스위스·1분 01초 97)에게는 0.26초 뒤졌다.
이날 활강 경기는 '선수' 본의 마지막 무대였다.
무릎과 발목, 손가락 등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린 그는 애초 이번 시즌이 끝나고 은퇴하기로 했으나 무릎 상태가 줄곧 좋지 못해 결국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까지만 뛰고 선수 생활을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본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활강 금메달, 슈퍼대회전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여자 알파인 스키 스피드 종목에서 슈퍼스타로 활약해왔다.
2014년 소치 대회에는 부상으로 불참했으나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활강 동메달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이날 동메달을 포함해 총 금메달 2개, 은·동메달은 3개씩 목에 걸었다.
FIS 월드컵에서는 활강 43승을 포함해 지난 시즌까지 82승을 챙겨 여자 선수로는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으며, 남녀를 통틀어서는 스웨덴의 전설 잉에마르 스텐마르크(86승)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한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와 교제해 코스 밖에서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았고,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 참전 용사로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역대 월드컵 최다승 기록 경신과 함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려던 꿈을 못다 이룬 채 다시 찾아온 부상에 결국 계획보다 일찍 도전을 접게 됐지만, 마지막 레이스를 마쳤을 때도, 시상대에 섰을 때도 그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작별 인사를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본의 '도전'을 받았던 월드컵 최다승 보유자 스텐마르크가 직접 찾아 본을 격려했다.
본은 "긴장감을 조절하기가 어려웠고, 최고로 긴장됐다. 강한 모습으로, 꿈꿔온 대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면서 "이번 시즌이 뜻대로 풀리지 못했지만, 오늘 잘 타서 시상대에 오른 것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스텐마르크의 축하를 받은 것에 대해 "그는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나에게 훌륭하게 스키를 탔다고 해줬다. 특별한 말이다"라며 남다른 감회도 전했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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