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임정 百주년](29) 8촌 형제 8명이 독립유공자

입력 2019-02-18 06:00   수정 2019-02-18 10:39

[3ㆍ1운동.임정 百주년](29) 8촌 형제 8명이 독립유공자
제주 '조천 만세운동' 주도 김시범 선생 가문
해녀권익운동ㆍ광주학생운동ㆍ2ㆍ8독립선언 등 국내외서 폭넓은 활동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할아버님의 8촌 형제 중 여덟분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죠."

지난해 제73주년 8·15 광복절을 맞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된 김시범(1890∼1948) 선생의 손자 김용욱(73)씨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
재판기록 등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행적을 찾아 30년 가까이 노력한 끝에 할아버지의 명예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시범 선생은 법정사(法井寺) 항쟁(1918)과 해녀항일투쟁(1932) 등과 함께 제주지역 3대 항일운동으로 손꼽히는 조천만세운동(1919)을 주도한 인물이다.
제주에서의 3·1운동은 제주시 조천지역을 중심으로 1919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4차례에 걸쳐 전개됐다.
김시범 선생은 3월 21일 조천 미밋동산에 모인 김시은, 김장환 등 13명의 동지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수백명의 시위대 앞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독립만세'라고 쓴 혈서와 태극기를 들고 조국의 독립을 외쳤다.
미밋동산에서 시작한 시위행진은 조천 비석거리까지 이어졌고, 김시범 선생은 시위를 주도하다 보안법 위반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시범 선생은 광복 이후 발발한 제주 4·3 사건 당시 남로당에 입당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했는데, '해방 후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는 제주에서의 3·1 만세운동 후 99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김시범 선생의 8촌 형제 중에도 7명이 각기 다른 위치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된 김시은(1887∼1957, 조천만세운동) 선생을 비롯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 김시곤(1901∼1983, 해녀권익운동), 1993년 건국훈장 애족장 김시성(1910∼1943, 광주학생운동),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 김시용(1906∼1945, 소비조합운동), 1999년 건국훈장 애국장 김명식(1890∼1943, 조선인유학생학우회), 1999년 독립유공 대통령표창 김시황(1909∼1956, 광주학생운동), 2000년 건국포장 김시추(1901∼1945, 노동야학운동) 선생 등이다.
이들의 독립운동 행적은 조천만세운동·해녀권익운동에서부터 광주학생운동, 일본에서의 2·8독립선언 등에 이르기까지 제주를 넘어 국내외에서 폭넓게 이뤄졌다.
김시은 선생도 김시범 선생과 함께 조천만세운동을 주도한 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시곤 선생은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던 해녀들을 보호하고 구제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의 노력 끝에 1932년 제주의 해녀 1천여명이 총궐기하는 등 238차례에 걸쳐 연인원 1만7천여명이 참가한 국내 최대 여성 항일운동이 일어날 수 있었다.
제주에서 광주로 유학을 간 김시곤·김시황 선생은 광주 공립고등보통학교 재학 당시 3·1운동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항일투쟁 중 하나인 광주학생운동에 가담했다.
김시용 선생은 서울과 일본, 부산, 제주를 오가며 교육계몽운동과 농민조합운동, 소비조합운동 등을 펴며 반전·항일운동을 꾸준히 전개하다 일제에 체포됐다.
김명식 선생은 일본 와세다(早稻田) 대학 유학 중 조직된 재일조선인유학생학우회의 간사부장으로 활동했다. 이어 3·1운동의 도화선이자 일본 수도 한복판에서 목숨을 걸고 외친 '2·8독립선언'의 주도자로 참여했다.
김시추 선생은 일제의 황민화 교육, 식민지 교육에 맞서 조선청년동맹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야학을 통해 소년·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여성·민족 계몽운동을 펴다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일경에 체포됐다.
이들의 후손인 김용욱씨는 "문중 차원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조상의 나라 사랑 정신을 언제나 되새기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후손에게 가르치고 있다"며 "독립운동 가족이라는 자부심을 대대손손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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