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중 노사협상 걸림돌…내수용 신차 개발도 지지부진
부산공장 경쟁력 떨어지면 물량 배제…가동률 반토막 우려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은 단일 생산라인에서 모두 7종의 차량을 생산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르노삼성차만의 특징이기도 한 혼류생산은 생산효율을 높이고 관련 비용은 낮춰 단위공장 생산성 측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4년 전 세계 르노그룹 공장 46곳 가운데 중간 수준 생산성을 기록했던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차량을 위탁 생산하면서 품질 수준을 끌어올렸다.
5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와 비교해 생산성이 13%나 향상됐다.
단위공장 생산성 기준으로만 따지면 부산공장은 르노그룹 46개 글로벌 공장 가운데 지금은 톱5에 들어갈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
문제는 직원 인건비로, 부산공장 근로자 평균 임금은 매년 2∼3%씩 올라 2017년 기준으로 7천800만원에 달해 5년 전과 비교해 20%나 상승했다고 르노삼성차는 설명했다.
부산공장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현재 46개 글로벌 공장 가운데 3위까지 올랐다.
생산성 향상 이상으로 임금이 오른 셈이다.
여기에다 경쟁 상대인 르노그룹 내 일본과 유럽 공장은 엔저와 유로화 약세 등에 힘입어 부산공장과 노동비용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지난해 21만대의 차량을 생산해 완전 가동(잔업 포함) 수준인 26만대의 80%에 달했다.
여기에는 내수 생산량 9만대, 기타 수출 차량 3만대와 함께 닛산 로그 위탁생산량 9만대가 포함된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은 계약 기간이 올해 9월로 끝나 새로운 위탁생산 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
닛산 로그를 재배정받거나 새로운 차종을 배정받아야 부산공장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
혼류생산 특성상 새로운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별도 라인을 구성하고 시범생산을 하는 등 준비 과정에만 수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후속 물량 배정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3년 만에 불거진 르노삼성차 파업사태는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회사는 주장했다.
근로자 임금 등 노동비용이 높아진 상태에서 장기간 파업으로 생산 안정성마저 떨어질 경우 르노그룹 차원에서 후속 물량을 다른 글로벌 공장으로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무역분쟁도 르노삼성차 위탁생산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고관세를 부과하려 들자 닛산은 일본 이외 나라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산 물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 경우 르노삼성차가 생산하던 닛산 로그 물량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도 글로벌 경쟁에서 신뢰를 잃게 되면 생산 물량 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르노삼성차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12일 "생산 준비 과정을 고려하면 지금쯤 닛산 로그 후속으로 생산할 차량이나 생산 대수 등을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지만, 아직 후속 물량 배정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노조 파업 상황과 각종 대외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로그 후속 물량을 원활히 배정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4년 선보인 SM6와 QM6 등 르노삼성차 내수용 주력 차량도 출시 5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차종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하지만 내수용 신차 준비작업 역시 현재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위탁 중단되고 내수용 차량 후속 신차 출시도 지연될 경우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전 세계 글로벌 공장 가운데 품질, 노동비용, 생산효율 등을 따져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며 "닛산 로그 후속 물량을 차질없이 배정받아 생산하고 내수용 신차 준비를 위해서는 노사관계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회사 측과 2018년 임단협을 벌이고 있지만, 고정급여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근까지 모두 28차례 부분파업(104시간)을 벌였다.
12일 오후에도 제14차 본교섭을 벌였으나 후속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1시간 30분 만에 종료됐다.
josep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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