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없이 잠도 못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행한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정책과 관련해 이민자 가족이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면서 미 정부 당국에 수백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과테말라를 포함한 중미 출신의 여덟 가족을 대변하는 변호인 스탠턴 존스는 이들 부모와 자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으로 '불가해한 학대'(inexplicable cruelty)를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해 부모들은 아이들이 격리됐다가 다시 합쳐졌지만, 여전히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7살 난 한 여자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있고, 6살 난 남자아이는 음식을 먹기를 꺼린다고 피해자 가족은 손배 청구를 통해 주장했다.
한 피해 여성은 지난해 5월 이른바 '아이스박스'(icebox)라는 별칭을 가진 임시 수용 시설에 5살 난 아들과 함께 수용된 후 며칠 뒤 관리자들이 아들을 일방적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아들을 떼어놓지 말고 차라리 과테말라로 함께 추방해달라"고 애원했지만, 관리자들은 과테말라 원주민 말을 쓰는 아들의 억양이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아들과 다시 만났지만, 가족 수용 시설에 억류돼있다가 11월에 풀려났다고 덧붙였다.
존스 변호인은 "정부는 마치 그것이 정책의 목적인 것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해롭게 했다"며 "이는 악랄하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손배 청구는 '연방배상법'(Federal Tort Claims Act)에 근거해 이민자 행정 처리 및 보호 등의 주무 당국인 국토안보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이뤄졌다.
이들 당국이 6개월 이내에 손배 청구에 응답하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남부 멕시코 국경에서 미성년 자녀를 동반한 불법 이민이 성행하자, 불법 이민자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미성년자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가 '비인도적'이라는 안팎의 비난이 거세게 일어 같은 달 6월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을 철회한 뒤에도 이민자 부모의 범죄 전력 등을 이유로 아동이 격리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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