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구팀, 딥러닝 기법으로 이종교배 제3종(種)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대인의 조상이 사람속(屬)에는 포함돼 있지만 종(種)이 다른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뿐만 아니라 이들의 혼혈과도 이종교배를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역시 종이 다르지만 이종교배를 통해 자식을 뒀다는 사실은 최근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나온 뼛조각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 뼈 화석의 주인은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3세가량의 소녀로 분석됐으며, 이런 혼혈종이 인류의 조상과 이종교배를 한 제3종으로 현대인의 유전자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진화생물연구소(IBE)와 국립게놈분석센터(CNAG), 에스토니아 타르투대학 게놈연구소 연구진은 현대인의 유전자에 대한 컴퓨터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혼혈종이 수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와 아시아에 정착한 인류의 조상과 이종교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밝혔다.
연구팀은 데니소바 동굴 유적을 통해 밝혀진 혼혈 소녀가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 더 일반화된 유전자 이입의 일부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인에게는 이종교배를 통해 유입된 사람속의 다른 종 유전자가 남아있다.
약 8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퍼진 인류의 조상은 전 대륙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오세아니아와 남아시아, 동아시아에서는 데니소바인과의 이종교배도 이뤄진 것이 2010년께 확인됐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유전자 조각이 남아있어 제3종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인류의 조상과 이종교배를 한 사람속의 다른 종을 밝혀내기 위해 딥러닝 기법을 활용했다. 딥러닝은 방대한 자료에서 패턴을 감지하고 학습하며 더 복잡한 패턴을 찾아내는 인공신경망으로 인간의 신경시스템을 모방한 알고리즘이다.
이를 통해 인류와의 이종교배를 통해 현대인의 유전자에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 제3의 종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후손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 발굴된 데니소바 동굴 소녀의 고고학적 증거는 제3종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타르투대학 게놈연구소의 마유크 몬달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직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 이론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된 혼혈 소녀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딥러닝 기법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생물학이나 게놈학, 진화학 등에서 딥러닝을 응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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