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환자 뇌 혈류 감소는 백혈구 때문"

입력 2019-02-12 15:44   수정 2019-02-12 15:52

"알츠하이머 환자 뇌 혈류 감소는 백혈구 때문"
미국 코넬대 연구팀 "백혈구 흡착으로 모세혈관 막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환자는 일상적으로 뇌 혈류 감소로 인한 어지럼증에 시달린다.
일반인도 누워 있다가 조금 급하게 일어나려고 하면 종종 겪는 증상인데, 이럴 때 뇌의 혈류량은 약 30% 감소한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기능이 손상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혈류가 줄어드는 구체적 원인과 과정은 지금까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코넬대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혈류 감소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미국 국립보건원(NHI)이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NIH는 이번 연구의 재원을 지원한 기관 중 하나다.
알츠하이머를 가진 생쥐에 실험한 결과, 백혈구의 일종인 중성구(neutrophil)가 뇌의 모세혈관 내면에 달라붙어 혈전을 형성하고 결국 혈관폐색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모세혈관만 이렇게 막혀도 다음 단계의 혈관에서 다중적인 혈류 감소를 일으켜 전체 뇌 혈류에 미치는 충격이 증폭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요약하면, 뇌의 모세혈관이 백혈구 흡착으로 생긴 혈전에 막히면 피질의 혈류가 줄어 인지 기능 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보고서는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최근호에 실렸다.
이 보고서의 수석 저자 중 한 명인 크리스 쉐퍼 코넬대 의생물공학(biomedical engineering) 교수는 "생쥐 실험에서 뇌 혈류를 줄이는 세포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이라면서 "이로써 약제나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원래 이 연구는 같은 대학의 니시무라 노조미 교수가 10년 전에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 니시무라 교수는 알츠하이머 생쥐의 뇌 모세혈관에 혈전을 집어넣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생쥐의 뇌 모세혈관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니시무라 교수는 "그건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었다"면서 "이 발견이 연구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소개했다.
현재 쉐퍼 교수팀은 치매 치료에 잠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 20종의 약제를 생쥐에 실험하고 있다. 이중 다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체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이다.
쉐퍼 교수는 "만약 백혈구 흡착으로 뇌의 모세혈관이 막히는 메커니즘을 인간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 (알츠하이머 치료의) 완벽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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