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기념행사·타미플루 전달 등 '제자리'…美도 단속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분수령이 될 이달 27∼28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간 협상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남북간 협력사업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부가 추진해온 3·1운동 100주년 남북 공동기념행사나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대북 전달, 남북 도로 공동조사 등의 협력사업들은 최근 북한과 협의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다음 달 초로 다가온 3·1운동 100주년 공동기념행사 개최는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북측은 남측이 지난해 말부터 전달한 행사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정부는 공동행사 참석자의 급 등은 열어놓고 협의에 임한다는 방침이고, 규모도 '적정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임박해서야 협의가 이뤄질 경우 현실적으로 대규모 개최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3·1운동 공동행사와 관련해 "좀 더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안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미플루의 북측 전달은 한미가 이미 지난해 말 워킹그룹 회의에서 합의한 지 50일이 넘도록 실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타미플루 운송수단의 제재 저촉 여부를 둘러싸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 측과의 협의를 마쳤으나, 이번에는 북측이 아직 인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어서 전달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도 관계기관의 협의가 아직 완료가 안 된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해선 북측구간 도로 공동조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미 장비 반출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한 상태지만 남북이 본격적인 일정 조율 단계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해 들어서는 남북간에 정식 회담이나 고위급 교류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남측이 한강 하구 남북공동이용수역 해도(海圖)를 북측에 전달했고 도로협력 실무접촉이 열렸지만, 실무 협의 성격이었다.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 분과별 회담이 매달 이어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소강상태인 셈이다.
북미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한반도 정세의 추동력이 북미관계에 실리게 되면 남북협력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일단 북한 대남인력들도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집중 투입되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협력을 적극 추진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책임지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북미관계까지 담당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진전 여건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그래서 북미회담 때까지 남북관계는 '상황 관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도 남북간 정상선언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고위급회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북미협상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개최 여부와 시점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부 당국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한 트랙에서 관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민간 차원의 남북간 접촉 통해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미국 설득을 통해 남북관계를 추진하기보다는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도 북미협상의 진전 상황에 남북관계가 보조를 맞추도록 '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방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남북관계의 발전을 반대하지 않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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