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건설 비용, 합의안 13억 달러-트럼프 요구액 57억 달러"
트럼프, 국경도시서 올해 첫 대규모 유세…"브리핑 못 받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새로운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을 불사하면서까지 요구했던 장벽 건설 비용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여당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협상대표들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방지 협상 시한으로 정한 오는 15일을 앞두고 원칙적인 합의를 끌어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남쪽 국경장벽 설치를 둘러싼 역대 최장기인 35일의 셧다운을 잠정 중단하고 오는 15일까지 3주간 협상 시한을 줬다.
협상에 나선 공화당 소속 리처드 셀비 상원 세출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원칙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며 실무진이 세부사항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셀비 위원장은 또 "(협상하는 동안) 내내 백악관과 상의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셀비 위원장을 포함한 협상 대표들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 참여한 민주당 소속 니타 로위 하원 세출위원장은 정리된 합의안이 오는 13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WP와 로이터통신은 합의사항에는 남쪽 국경에 담장을 세우기 위한 비용 13억7천만 달러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의회가 할당한 것과 거의 같은 액수로, 트럼프가 원하는 비용 57억 달러에는 크게 못 미친다.
양측이 합의한 비용으로 장벽을 쌓는 거리는 55마일(88.5㎞)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희망한 200마일(322㎞) 이상과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또 민주당이 새로 내놓았던 구금 시설 내 침상 축소 요구는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는 보수적인 인사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폭스뉴스 앵커인 션 해니티는 시청자들을 향해 "쓰레기 타협안"(garbage compromise)이라며 "이를 지지하는 공화당원이라면 이유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정기적으로 대화를 하는 마크 메도스 하원의원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약속해온 부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측이 곧 공개할 합의안은 하원과 상원의 승인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확정된다.
올해 첫 대규모 정치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상세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잠정 합의안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남쪽 국경 지역인 텍사스의 엘패소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연단에 오르기 직전 협상의 진전에 대해 들었다며 "여러분이 알다시피, 우리는 어쨌든 담을 쌓을 것"이라고 강조하고는 "아마도 진전이 이뤄졌을 수도, 아마도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정책인 국경장벽 문제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엘패소 지역을 유세 지역으로 골랐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는 엘패소에 국경장벽이 설치된 후 범죄가 크게 줄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의 엘패소 시장인 디 마르고는 2000년대 말 장벽이 설치되기 전부터 이미 범죄가 줄고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2020년 대선의 민주당 경선 후보로 꼽히는 스타 정치인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의 고향이기도 하다.
오루어크 전 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집회장과 약 300m 떨어진 스포츠센터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우리는 벽이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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