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쿠데타 미화 논란 '516로' 명칭 변경 쉽지 않을 듯

입력 2019-02-12 17:12  

군사 쿠데타 미화 논란 '516로' 명칭 변경 쉽지 않을 듯
서귀포시, 관련인 700여명 대상 의견 수렴…응답률 저조
명칭 변경 찬성 여론 비중 높지만 실무적 '암초' 많아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군사 쿠데타를 미화한다는 논란 속에 수십년간 사용돼 온 제주 '516로'의 명칭이 행정기관의 변경 의견 수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바뀌기 힘들 전망이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516로 주변 건물주와 토지주, 건축주, 세대주 등 700여 관련인에게 우편물을 보내 516로의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12일 밝혔다.
700여 관련인 가운데 100호 정도만 의견을 낸 데 그쳤고, 그 의견 가운데 80% 가량은 현행 516로를 유지하자는 의견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귀포시는 516로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 수렴을 기반으로 제주시와 협력해 명칭 변경을 추진하려했지만 사실상 더 이상의 진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도로명주소법에 따르면 도로명 변경 의견 제출을 위해서는 해당 도로명을 사용하는 건축주나 사업주, 세대주 5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견이 제출돼도 실제로 도로명 주소의 변경을 위해서는 또 다시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516로는 2009년 도로명주소법 개정에 따라 그해 4월 8일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 입구에서 서귀포시 토평동 비석거리까지의 구간을 지칭하는 도로명이다.
이 도로의 시초는 1932년 일제가 개설한 임도였다. 1956년 기본적인 도로정비를 거쳐 제주시 남문로터리에서 서귀포시 옛 국민은행 서귀포 지점을 잇는 40.5㎞의 왕복 2차로가 됐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부에 의해 본격적인 정비 작업이 이뤄진 뒤 1962년부터 1969년까지 공사를 거쳐 오늘날과 유사한 도로의 형태를 갖게 됐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전국 각지의 도로나 광장, 공공시설에 516이라는 명칭을 붙여 정통성을 각인시키고자 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516도로 명칭 자체가 박정희 군사 쿠데타를 미화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여러 차례 논란이 벌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던 2016년 12월엔 제주시 산천단 도로에 세워진 '5·16도로' 기념비가 누군가 붉은 페인트로 '독재자'라고 써 훼손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녹색당 고은영 후보는 516로의 명칭 변경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오영훈, 위성곤, 강창일 의원 등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516로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2016년 12월 발표된 한 지역 신문의 516로 명칭 변경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도 87% 이상의 응답자가 명칭 변경에 찬성한 것으로 조사된 바도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516로의 명칭 변경을 원하는 도내 여론에도 불구하고 행정 실무 절차를 거쳐 가까운 시일 안에 516로가 새 이름을 갖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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