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 둔화했지만 "올해 입주 물량 확대 영향 지켜봐야"
"수출 조정 과장된 측면 있어" vs "수출 효과 크게 줄어들 것"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최근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하방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재정은 올해 성장세를 떠받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지만 수출 전망을 두고는 진단이 엇갈렸다.
한국은행이 12일 공개한 '2019년도 제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1월 24일 개최)'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최근 성장세를 둘러싼 하방 리스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대체로 꺾였다는 평이었으나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 확대로 증가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당시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6%로 낮추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동결한 바 있다.
A 금통위원은 "성장률이 소폭이나마 낮아지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 흐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과 무역정책의 변화, 중국의 성장세 둔화, 주요국의 정치적 리스크, 국내 고용 부진과 민간경제 주체의 심리 위축 등 여러 가지 대내외 요인을 고려할 때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B 위원은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지면서 국내·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가 좀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 조정이 단기간 내에 본격적인 하강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동결 의견을 냈다.
B 위원은 또 "재정정책이 더 확장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재정지출을 통한 성장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지난 수년간 세수 실적이 예상을 크게 상회해 왔다는 점과 민간부문 경제활동에 대해 구축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 재정 효과를 추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 위원은 "민간소비가 고용 부진 등 하방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설비투자·건설투자의 조정 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금년 중 낮은 증가세가 전망된다"며 실물 경제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D 위원은 "큰 폭의 투자 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수출과 소비를 위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누적된 금융 불균형 문제에 대응할 필요성이 상존하는 만큼 기준금리를 1.75%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D 위원은 "금융 불균형의 누적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금년까지는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입주 물량이 예상됨에 따라 대출 수요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금융 불균형의 누적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 위원은 "단기간 내에 민간부문의 성장 모멘텀이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되지 않은 민간부문 경기는 저조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7%로 집계됐으나 실제 국민의 소득을 나타내는 명목 GDP 증가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래 가장 낮은 3% 내외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돼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 정도는 매우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F 위원은 "대외환경의 부정적 전개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민간소비 회복세 둔화 등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라며 동결 의견을 냈다.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수출 감소를 두고는 엇갈린 진단이 나왔다.
B 위원은 "최근 통관기준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반도체 가격과 유가의 영향 등 기술적 요인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조정 정도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F 위원은 "우리나라 수출 주종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어 통관기준 수출 성과와 수출물량 간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수출의 실질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금액 기준 수출 둔화 폭에 비해 하락 정도가 작겠으나 수출의 성장 유발효과는 상당 폭 둔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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