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재조명된 '3·1독립선언서' 민족대표들

입력 2019-02-13 08:57  

60년 만에 재조명된 '3·1독립선언서' 민족대표들
정운현씨, '3·1혁명을 이끈 민족대표 33인'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조선(我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서울 인사동의 요릿집 태화관에서 역사적인 '3·1독립선언서'가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발표됐다.
지방 거주자 4인을 제외한 29인은 이날 선언식 후 "대한독립만세"를 제창하며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일본 경찰에 의연하게 연행돼 옥고를 치르면서 독립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의 초석을 깔았다. 이와 동시에 인근의 탑골공원에서 일기 시작한 독립의 대함성은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다.



친일문제와 독립운동 연구자인 정운현(60·국무총리 비서실장) 씨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 운동을 기획하고 주도했던 민족대표 33인을 종합적으로 재조명한 대중서 '3·1혁명을 이끈 민족대표 33인'을 펴냈다.
33인의 행적을 총체적으로 다룬 단행본이 출간된 것은 1959년 오재식의 '민족대표 33인전'에 이어 두 번째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와 사진을 뒷받침하며 민족대표 33인의 역사적 발자취를 재정리하고 그 의미도 다시 평가했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은 손병희, 길선주, 백용성 등 천도교(15인)와 기독교(16인), 불교(2인) 등 모두 종교인들로 구성됐다. 당시 일제의 탄압으로 종교계 이외에는 조직세력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거사 후 대부분 옥고를 치르며 나라 안팎에 기개와 저항의 시발점 구실을 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건국훈장 등을 받으며 민족자존의 표상이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타까움과 아쉬움도 있었다. 최린, 정춘수, 박희도 등 3인은 일제에 굴복해 친일로 변절했고,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 후 곧바로 시민·학생과 일체화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민족대표 33인의 역할, 공적으로 두고 평자의 시각, 역사관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으나 3·1혁명을 이끈 공로는 결코 폄훼될 수 없다"며 "33인이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선언서는 한낱 불온유인물에 불과했을 것이고, 전 민족적 거사에서 불을 붙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저자는 3·1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3·1운동'을 '3·1혁명'으로 고쳐 부를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 상해임시정부 등 당시 민족진영에서 '3·1혁명', '3·1대혁명'이라고 부르던 명칭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책 제목에 '3·1혁명'을 붙인 것도 이 같은 취지가 담겼다.
정씨는 "일제강점기, 가장 혁명적이고 가장 거족적인 반일운동이었던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들이 예정돼 있지만 손병희, 한용운 등 운동을 이끈 민족대표 33인 중 일부 인사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이 책의 발간이 일제에 맞서 항거한 33인의 활동을 새롭게 기억하고, 3·1운동에 참가했던 수많은 민초들의 애국적 헌신을 올바르게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가 그동안 집필한 친일문제와 독립운동 관련서로는 '친일파는 살아 있다', '조선의 딸, 총을 들다',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 등이 있다.
역사인 펴냄. 472쪽. 2만2천원.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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