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산당위원장 "일왕은 사죄권한 없어…총리가 육성 사죄해야"

입력 2019-02-13 09:37   수정 2019-02-13 15:56

日 공산당위원장 "일왕은 사죄권한 없어…총리가 육성 사죄해야"
시이 위원장 "前일왕에 전쟁 책임…現일왕 재위기간, 전쟁과 무관"
극우 산케이, 문희상 발언에 "'천황' 비방은 일본국민에 대한 중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왕의 사죄'를 촉구한 발언과 관련, 일본 정부에는 사죄할 책임이 있지만 현재의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사죄할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희상 의장 "'일왕사죄' 발언, 사과할 사안 아니다" 일축 / 연합뉴스 (Yonhapnews)
교도통신에 따르면 시이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헌법상 '천황(天皇·일왕)'은 정치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한 것(사죄)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정부, 특히 총리 자신이 육성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쇼와(昭和·1926∼1989) '천황'이 (전쟁범죄의) 최고책임자지만, 현재의 '천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위 기간 중 전쟁과 관련돼 있지 않다"며 태평양 전쟁 기간 재임했던 히로히토(裕仁) 일왕에게 전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이 위원장의 발언은 특히 일왕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헌법 규정을 설명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 헌법 3조는 일왕이 "헌법이 정한 국사(國事)에 관한 행위만 하며 국정(國政)에 관한 권능을 지니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 의장은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알려진 뒤 아베 총리가 "정말 놀랐다. 극히 유감이다"고 입장을 밝히는 등 일본 정부와 여당이 일제히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연립여당 공명당이나 야권에서도 유감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천황'에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라고 반문한 뒤 "양국 국민간 교류가 활발한 가운데 정치가 국민의 현실을 잘 보고 양국 관계가 원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간사장은 "부적절한 발언이다. 적절한 외교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을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쇼와 '천황'과 현재의 '천황' 각하에 대한 무례다. 쇼와 '천황'이 언제 전쟁범죄자가 됐나. 연합국도 그런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인 쇼와 '천황'과 현재 '천황' 각하에 대한 비방은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한 중상이다"라고 선동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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