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 공동체 중심으로 SNS 통해 '#미투위구르' 캠페인
'헤이트 사망설' 차단 위한 中의 동영상 공개가 캠페인 촉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 내 위구르족 탄압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의 위구르족 공동체를 중심으로 '실종된' 위구르족의 생존 입증에 필요한 동영상을 공개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하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해외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을 중심으로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진 친지들의 실물 영상 공개를 중국 정부에 요구하는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구르족들은 소셜미디어(SNS)에 '#미투위구르'(#MeTooUyghur)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실종된 가족·친지들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글들을 올리고 있다.
이 캠페인은 중국 관영 매체가 2017년 실종된 위구르족 음악가 겸 시인 압둘라힘 헤이트의 사망설을 반박하기 위해 그가 등장한 '생존 동영상'을 공개한 직후 시작됐다.
앞서 터키 외교부는 지난 9일 헤이트가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숨졌다면서 중국 정부에 대해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중단과 수용소 폐쇄를 요구했다.
그러자 중국국제라디오방송(CRI)은 다음날 터키어 서비스를 통해 헤이트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사망설을 일축했다.
이 인물은 26초 분량의 영상에서 자신이 재교육 수용소에 수감돼 있으며, 건강한 상태이며, 학대를 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1일 터키 정부의 비판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면서 헤이트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헤이트의 사망설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동영상 공개가 오히려 다른 '실종된' 위구르족들의 실물 영상 공개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핀란드에 거주하는 위구르족 활동가 무라트 하리 씨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 당국은 헤이트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로 영상을 보여주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수백만 명의 위구르족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를 원한다"고 적었다.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는 위구르족 인권운동가 타히르 이민 씨는 "나의 딸을 보여달라…그리고 부모들과 연락이 두절된 11명의 자녀, 나의 형제 아딜, 계모 투한, 누이 파티굴 등을 포함한 20명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해외에 거주하는 위구르족들은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족과 친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위구르족을 비롯해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소수민족은 해외, 특히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국가에 거주하는 친지들과 소통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받고 있다.
앞서 가디언은 지난 11일 호주에 거주하는 위구르족 인권운동가 누르굴 사우트를 인용해 17명의 호주 거주자들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감옥이나 재교육 수용소 등에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위구르족과 카자크족 등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측은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이 재교육 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작년 10월 9일 발효된 '신장위구르자치구 반(反)극단주의 법'을 통해 재교육 수용소 설치·운용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은 '지역 정부가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 직업훈련소와 같은 교육·교화 기관을 설치해 운영, 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교육 수용소에 대해 유엔과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이 시설이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인도적 직업교육센터"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