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계 최빈국인 동티모르에서 27년간 보육원을 운영해 한때 영웅적 인물로 추앙됐던 미국인 신부가 실은 아동 성애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성직이 박탈됐다.
13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의 교구장인 베르길리우스 도 카르모 다 실바 주교는 지난 10일 기자들을 만나 리처드 대쉬벅(82)의 성직이 작년 11월 박탈됐다고 밝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1966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동티모르에 선교사로 파견된 대쉬벅은 1992년 오에쿠시 암베누 지역에 보육원을 설립해 지금껏 운영해 왔다.
대쉬벅은 동티모르의 독립 투쟁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국제 모금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현지에선 그가 자신이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어린 소녀 다수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에 거주 중인 대쉬벅의 가족 중 한 명은 "그가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대쉬벅은 최근 자신이 운영하던 보육원으로 돌아갔으며 여전히 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성직자 수도회인 신언회(神言會)의 딜리 교구 담당자 요하네스 수반 가푼 신부는 "그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면서 그가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간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경찰 당국은 대쉬벅의 아동 성학대 의혹에 대해 알고 있지만, 아직 정식으로 입건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현지 일각에선 독립투쟁 과정에서 동티모르 정부 내 유력자들과 친분을 쌓은 데다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 지역 사회의 신망이 두텁다는 점 때문에 경찰이 쉽사리 대쉬벅을 체포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대쉬벅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언급을 거부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미국·호주·칠레·독일·네덜란드 등의 성직자들이 과거에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사건들이 작년 잇달아 드러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바티칸은 이달 21∼24일 전 세계 주교회 의장 회의를 열고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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