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살이 에이는 고통…진영논리에 의해 비난·공격, 수사·탄핵 대상 거론"
"사법권 독립 풍전등화의 위기…넓은 이해와 용서로 희망의 내일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성낙송(61·사법연수원 14기) 사법연수원장이 13일 퇴임식을 열고 30여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성 원장은 이날 오전 사법연수원 소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 재판에 넘겨진 점을 언급하며 "현재 법원은 사법사상 초유의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사법부 구성원 모두 주권자인 국민을 생각하면서 법원의 발전을 위해 달려왔건만 지난 시절 우리의 잘못이 없는지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 진의를 의심받으며 생살이 에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고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가 담긴 재판마저 진영 논리에 의하여 비난과 공격, 심지어는 수사와 탄핵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며 "어찌하여,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다만 "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다른 누구를 탓하지 않으려 한다"며 "바람이 있다면 얽힌 실타래가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막막함 속에서 이제 넓은 이해와 품어 안는 용서로 희망의 내일을 꿈꾸며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성 원장은 또 "현재 사법권의 독립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구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 전부의 화합, 새로운 각오와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성 원장은 지난 법관 생활에 대해선 "처음 임관할 당시 사명감과 열정은 차고 넘쳤으나, 인간의 기본적 가치와 삶의 고뇌에 대한 성찰과 혜안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법정에서 저는 당사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열어 경청함으로써 그 진심을 헤아리고자 노력했고, 주재하는 재판정이 당사자들의 진심과 재판부의 노력이 합해져 선(善)을 이루는 평화의 법정, 감동의 법정이 되기를 기원했다"고 언급했다.
성 원장은 "법원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다. 재판은 삶의 전부였고, 평생 법관은 운명이었다"면서도 "철석같았던 다짐이었건만 존경하는 선배 법관님들과 사랑하는 후배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 앞에서 나만 홀로 빗겨 서서 안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자문하게 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는 시 구절을 인용하며 "시인의 읊조림대로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보려고 한다"고 말을 맺었다.
성 원장은 1988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서울중앙지법 형사·민사수석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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