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속 남북협력, 정부 '대응전략 부재'에 잡음

입력 2019-02-13 11:59   수정 2019-02-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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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속 남북협력, 정부 '대응전략 부재'에 잡음
금강산 취재장비 반출, 포괄적 추진하다 '돌출변수'에 발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정빛나 기자 =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민간교류 행사에 동행한 기자들이 취재장비를 북측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정부가 남북협력과 대북제재의 충돌 상황을 매끄럽게 조율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사례로 보인다.
금강산에서 12∼13일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동행한 취재진 10명은 미국과의 협의 미비로 노트북, 고성능 DSLR 카메라, ENG 카메라 등을 북측 지역으로 반출하지 못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미국 측과의 협의가 행사 이전에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협의에) 시간이 좀 소요되는 부분이 있었고, 행사 날짜는 다가오고 그래서 금번 행사에서 반출이 어렵(게 됐)다"며 '협의시간 부족'을 거듭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노트북 등 취재장비에 적용될 수 있는 미국 독자제재의 경우 대북 반출을 가능케 할 예외 규정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여유 시간을 두고 미국과 협의해 예외 규정 적용 절차를 밟았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관계자는 "만약 해당 장비가 미국산 부품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에 적용되는 수출관리규정(EAR) 대상인 경우, '임시 수출입과 운송에 대한 허가 예외(License Exception TMP)' 규정에 따라 북한으로 향하는 언론 매체의 임시반출과 재반출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무부 산업안보국 규정집은 언론 매체에 대한 허가 규정과 관련해 '쿠바, 북한, 수단, 시리아에 파견된 취재진이 취재할 때 필요한 물품은 임시로 반출·반입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취재장비 반출이 가로막힌 것은 결국 추진 과정에서 일종의 '돌출 변수'가 생겼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부는 금강산 행사에 동행하는 취재진의 장비에 대해서는 미측과 포괄적인 양해가 됐다고 보고, 취재장비를 '특정해' 별도의 제재 면제 협의를 거치지는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금강산 행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가 됐고, 취재장비의 경우 북측에 가져갔다가 다시 가지고 올 것이 명백해 정식 제재 면제까지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취재장비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런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주 후반께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승인하는 유엔군사령부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시행착오가 발생한 배경에는 결국 대북제재 속에서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딜레마'가 놓여있다.
남북교류의 세부 사항까지 일일이 미국과 협의를 거쳐 추진하게 되면 잡음이 생길 소지가 작아지지만, 그것이 관행으로 정착될 경우 정부로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측면이 있다.
반면 취재장비 등 지엽적 부분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갖고 좀 더 자율적으로 움직인다면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기거나 미국과 견해차가 증폭될 '리스크'가 있다.
타미플루 전달에 사용되는 운송수단 문제가 논란을 빚었던 것도 본질적으로 이런 배경에서 기인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지난해에도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 남북협력 사안을 놓고 한미간에 이견이 노출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도 남북협력 사업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제재에 저촉될 수 있는 물품은 되도록 일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정식 면제 절차를 밟는 쪽으로 다소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남북 협력과 대북제재가 긴장 관계를 이어가며 생각지 못한 '시행착오'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도 좀 더 면밀한 대응전략과 남북교류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별 대응 매뉴얼 등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교류 과정에서 미국과 얼마나 구체적인 부분까지 사전에 협의를 거칠지에 대한 기준이나 효과적 전략이 부재한 것이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 등을 계기로 남북협력의 필요성이나 의의 추진 방향에 대해 미국 측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따질 것은 따지는 당당한 협의 자세를 가져야만 이번과 같은 일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장비 대북 반출 문제와 관련해 "제재를 이행하는 과정의 여러 주체 간에 서로 공감대를 이루고 이해를 구하는 데 있어 시차가 있었다"며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 더 세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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