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무소속과 연대해 난민법안 75 대 74, 1표 차로 통과시켜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집권 자유국민연합이 반대하는 난민 관련 법안이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찬성으로 12일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13일에는 상원까지 통과했다고 전국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이 전했다.
의원내각제인 호주에서 하원 의석의 과반을 확보한 정부 여당이 하원 표 대결에서 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리슨 정부의 이번 패배는 1941년 이후 거의 78년 만에 처음 발생한 정치적 사건이다.
하원 150석 중 자유국민연합은 75석이고 나머지는 노동당 69석, 녹색당 1석, 무소속 5석이다. 집권당 의원이 맡는 하원의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국민연합이 모을 수 있는 최대 표는 74표로 줄어든다.
정부 여당에 정치적 패배를 안긴 법안은 무소속 캐린 펠프스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치료 목적으로 해외 호주 난민 수용소에 수용된 난민들의 국내 이송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모리슨 총리는 법안 통과에 찬성한 빌 쇼턴 야당 대표를 "국가 안보 이슈에 취약하다"고 비판하면서 "(이 법안으로) 파푸아뉴기니와 나우루섬으로부터 수백명의 아픈 난민들이 호주 국내로 유입되는 길이 열렸다"고 우려했다고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전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쇼턴 야당 대표는 "단지 의료적 판단만이 아니라 국경안보는 물론 범죄경력 등을 신중히 고려해서 아픈 난민의 국내 이송 여부를 심사할 재량권을 정부가 가지도록 법안을 수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을 발의한 펠프스 의원도 "마누스섬과 나우루섬에서 아픈 난민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됐어'라고 의회가 선언한 것"이라고 법안 통과의 의의를 설명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3일 자에서 모리슨 총리가 "이번 표 대결 패배를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면서 "총선은 예정대로 5월에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펠프스 의원은 지난해 8월 정계를 떠난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의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의 당선으로 집권 자유국민연합의 하원 의석수가 75석으로 줄었기 때문에 이번 하원 표 대결에서의 이변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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