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예멘서 미군철수' 결의안…트럼프 親사우디 전략 제동

입력 2019-02-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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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예멘서 미군철수' 결의안…트럼프 親사우디 전략 제동
전쟁권한법 발동…"시리아, 아프간서 발 빼면서 예멘은 왜 놔두나"
AP "군사개입 중단 목적 전쟁권한법 발동은 법 제정 이후 처음"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 하원이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사우디 외교 정책에 반발하는 의미로 미군의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예멘 내전에 개입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군의 지원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원은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기에 제정된 전쟁권한법을 발동해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며, 해당 결의안은 찬성 248표대 반대 177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 230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18명이 찬성표에 가세했다.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의회의 권리 중 하나다. 이 법은 대통령이 일정 기간 이상 군을 전장에 투입하려면 사전 또는 사후에 의회와 협의해야 하며, 의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전장에서 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정했다. 미국의 전쟁 승인 권한을 사실상 의회에 부여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의회가 군사개입 중단을 목적으로 전쟁권한법을 발동한 것은 법 제정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사실상 사문화된 전쟁권한법까지 꺼내 들어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과 유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왔다.
AP통신은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예멘의 인도주의적 위기뿐 아니라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사우디와 군사협력을 계속하는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하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철군을 서두르면서도 유독 사우디가 개입한 예멘에서는 미군의 역할을 제한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버라 리 민주당 의원은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우리는 세계 최대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조성하고 악화하는 데 일조했다"며 "솔직히 우리가 이 전쟁에 개입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예멘에서 내전이 진행 중이고 무고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우리에게 내전을 끝낼 능력이 있고 그것이 이 끔찍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원을 통과한 결의안은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상원은 이미 지난해 12월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결의안 지지자들이 "몇 주 내로 표결에 부쳐지면 비슷한 수의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며 결의안 채택을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의안이 양원을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 결의안을 거부하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군이 예멘 내전에 직접 개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하원 결의안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예멘에 투입된 미군은 지상전 병력이 아니고, 예멘에서 후티 반군과 맞서 싸우는 사우디 연합군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러한 정보공유와 군수지원 등의 임무는 전쟁권한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도 반박했다.
2015년 3월 사우디의 군사 개입으로 본격화한 예멘 내전은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대결 구도지만 사실상 사우디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대리전으로 인식된다.
미군은 사우디를 지원하는 형태로 예멘 내전에 개입했지만 최근 카슈끄지 살해 사건 여파로 미 의회 내에서 트럼프 정부의 친 사우디 외교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예멘 사태에서도 미국이 발을 빼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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