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선친이 계열사 주식 38만주 차명으로 물려줘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이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제법, 독점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자녀들에게 차명으로 남긴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8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상장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8만주는 이동찬 회장이 별세한 2014년 11월 8일 당시 주가 기준(주당 4만8천450원)으로 184억원가량이다. 2014년 9월 당시 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 주식을 102만8천주(지분율 15.4%) 보유하고 있었는데, 기존 보유주식의 37%에 해당하는 주식을 차명으로 상속받은 셈이다.
대주주로서 주식 보유 상황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이 전 회장은 2015∼2018년 보고 때 차명주식을 본인 보유분에 포함하지 않고 거짓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명주식 일부를 매도하며 주식 소유상황 변동이 수차례 일어났지만, 이 또한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2015∼2016년 차명주식 4만주를 차명 거래한 점은 금융실명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할 때는 차명주식을 본인 보유분에 포함하지 않아 독점규제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이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국세청은 2016년 코오롱그룹을 세무조사한 뒤 상속세 부과 처분을 내리고, 이 전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이듬해 검찰에 고발했다. 선대 회장으로부터 차명주식을 상속받고서 신고하지 않아 상속세를 포탈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전 회장은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혐의로 처분했다.
조세포탈죄가 인정되려면 세금을 내지 않은 데서 더 나아가 적극적 은닉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인데, 이 전 회장은 '차명재산을 상속받은 뒤 차명 상태를 단순히 유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전 회장은 국세청의 상속세 부과 관련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면 차명주식을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한 법인세 포탈 혐의도 불기소 처분했다. 조세심판을 통해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취소된 점이 고려됐다.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끈 이 전 회장은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손자이자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들로, 지난해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코오롱그룹 지주회사 격인 코오롱에 대한 그의 지분율은 현재 49.7%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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