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욱·김영식 교수팀, 탄소섬유 활용해 전극 안정성·수명 개선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용량이 큰 '금속 배터리'를 대량생산하면서 수명과 안정성까지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현욱·김영식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탄소섬유의 미세한 틈새로 액체 금속이 스며들게 하는 공정으로 '고성능 금속 전극(탄소섬유-금속 복합재)'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기술을 적용해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 전극을 대량생산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금속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 전극은 기존 흑연 전극보다 용량이 약 10배 정도 큰 데다 구동 전압이 낮아 차세대 음극 물질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배터리 구동 때 전극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수지상 결정)이 생기면서 성능이 낮아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연구진은 탄소섬유를 가공해 미세한 틈새를 만들고, 여기에 금속 액체를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금속 전극을 제작했다. 탄소섬유 사이에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이 스며든 복합재는 배터리 구동 때에도 수지상 결정이 형성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전극 안정성이 향상되고 수명도 늘어났다.
금속 액체는 탄소섬유에 닿자마자 스며들어서 전극 제작에는 10초 정도 소요된다.
탄소섬유는 옷감 같은 직물 형태여서 유연성이 뛰어난데, 이 점을 이용하면 전극 모양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대량생산한 나트륨 금속 전극을 '10㎾급 해수전지 에너지 저장장치(ESS)'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 설비는 지난해 12월 동서발전 화력발전소에 장착돼 약 한 달간 시험 가동됐다.
이 교수는 "금속 배터리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연구와 달리 상용화 측면에서 접근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면서 "전극 소재를 실제 장비에 적용한 시험도 진행한 만큼 '고성능 금속 배터리' 상용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해수전지는 무한한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활용하기 때문에 자원 고갈 염려가 없는 새로운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라면서 "배터리 성능을 향상할 전극을 개발하고 대량생산 공정까지 갖춘 만큼 상용화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출판을 앞두고 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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