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평의회 보고서…터키 130명 구금 중, 자금압박 등 '비물리적 탄압'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유럽평의회는 언론자유가 냉전 종식 후 가장 취약한 상태라며 언론자유 보장과 언론인 보호를 위한 조치를 서둘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를 위해 활동하는 유럽의 국제기구인 유럽평의회는 12일(현지시간) 발간한 '위험에 처한 민주주의: 유럽의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과 공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제기자연맹 등 12개 언론단체의 협력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지난해 유럽에서 발생한 140건의 주요 언론자유 침해 사례를 기반으로 유럽의 언론자유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살해위협 등 언론인에 대한 협박 건수가 거의 두 배 늘었고, 실제 살해된 기자들도 있다.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취재해온 슬로바키아 기자 잔 쿠치악은 작년 2월 여자친구와 함께 수도 브라티슬라바 근교 자택에서 각각 가슴과 머리와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작년 10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갔다가 피살됐다.
이 밖에 자동차 폭탄테러, 흉기 공격, 방화, 차량의 신문사 돌진 등 수 십여건의 공격이 보고됐다.
언론인들에 대한 임의 구금 및 언론자유를 약화하는 입법 사례들도 잇따랐다.
터키에서는 2016년 쿠데타 시도 사건으로 200명이 넘는 언론인이 구금됐고, 작년 12월 31일 기준으로 130명이 여전히 붙잡혀 있다.
유럽평의회 보고서는 언론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이나 정치인들의 '언어폭력'(verbal abuse)을 비롯해 비물리적 방법으로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추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령, 어떤 나라에서는 정부를 비판한 기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반역자'라 지칭했고, 정부 비판 언론사에 공적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나서는 사례 등이 있었다.
유럽평의회의 토르비에른 야글란 사무총장은 "표현의 자유는 다른 모든 인권실현을 위해 중요하며, 모든 유럽평의회 회원국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는 언론자유 개선을 위한 회원국 간 대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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