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격 급등에 지지기반 서민층 더 큰 타격…민심 악화 우려
교통부 장관 "우편사업망 이용해 온라인 판매도 운영"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고물가로 다음달 지방선거에 빨간불이 켜진 터키 여당이 정부 우편서비스까지 동원해 식품과 생활필수품 직접 판매에 나섰다.
메흐메트 자히트 투르한 터키 교통기반시설부장관은 채소와 과일을 온라인 판매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투르한 장관은 채소·과일 온라인 판매에 터키 우편서비스(PTT)의 시스템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채소와 과일을 PTT의 택배·물류망으로 배달할 것"이라면서 "농림부와 이 사업을 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1일 터키 정부는 최대 도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곳곳에 채소·과일 판매 차량을 배치하고, 시장이나 슈퍼마켓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식품을 공급했다.
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자치단체를 통해 세제도 낮은 가격에 공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농업분야와 유통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도 터키 정부는 식품·생필품 판매에 직접 뛰어들어 강력한 물가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기준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35%를 기록했다.
특히 '식품과 비(非)알코올음료' 부문의 상승률은 30.97%로 나타나, 서민 생활이 직격타를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과 소속 '정의개발당'(AKP)은 먹거리 고물가로 지지율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 물가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서민층은 여당 AKP의 지지 기반이다.
식품 가격 급등은 자칫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보다는 물가와 승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1일 앙카라에서 열린 집회에서 "최근에 터키를 상대로 작업이 시작됐다"면서 "가지, 토마토, 감자, 오이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이건 테러분자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튿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북부 카스타모누에서 열린 집회에서 신선식품 가격 급등을 비판하면서, "어떤 집단이 식품산업에 반복적으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일간지 비르귄 등 비판적 언론은 염가 공급이 선거기간까지만 시행된다고 지적하며, 물가관리보다는 선거전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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