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관영매체, 수사 보고서 보도…"경찰, 영사관저서 가열장치 조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자국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시신이 소각 처리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카슈끄지 사건을 수사한 터키 경찰은 살해 현장 인근의 사우디 총영사관저에서 우물 2곳과 함께 '케밥 화덕'도 조사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경찰의 수사 보고서를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판한 언론인 카슈끄지는 작년 10월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서류를 수령하러 갔다가 자신을 기다린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
살인과 시신 훼손의 정황은 당시 상황이 녹음된 오디오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났으나 시신의 소재는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터키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근거로 '암살조'가 카슈끄지를 총영사관에서 살해한 후 시신을 분리하고, 훼손된 시신을 인근 총영사관저로 옮겨 유기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사우디 요원들이 카슈끄지 시신을 산(酸) 등 화학물질로 처리한 후 우물이나 배수구에 유기했을 가능성을 놓고 총영사관저 내 우물 2곳을 꼼꼼히 조사했지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날 아나돌루통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시신 처리와 관련, 총영사관저의 우물 2곳 외에 화덕 형태의 가열장치를 조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화덕은 섭씨 1천도 고열까지 내부온도를 가열할 수 있는 장치로 파악됐다.
이 정도 고온은 유전자(DNA)를 파괴할 수 있다.
경찰은 이 가열장치를 '케밥을 조리하는 화덕'으로 보고서에 표현했다. 케밥은 일반적으로 육류를 굽거나 찌는 터키 요리를 통칭한다.터키 국영 테레테(TRT)의 영어 채널은 이 가열장치를 '바비큐 장치'로 묘사했다.
터키 경찰은 보고서에서, 사우디 요원들이 증거를 인멸할 의도로 카슈끄지 시신을 이 화덕에서 소각 처리했다면 시신 처리 방법을 추적할 만한 DNA 정보가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국제사회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책임이 있다고 의심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왕세자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터키는 사우디 정부의 수사가 진상규명에 미흡하다며 국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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