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위기·경기둔화 '총체적 난국'에 "고루 생활수준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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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유럽연합(EU)이 가치 공동체로서 존망의 기로에 섰다며 생존책으로 균등한 경제성장을 제시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한 연설에서 "유럽은 다시 한번 본질적 존재 의미를 결정하는 순간(defining moment)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에 재시동을 걸고 경제성장의 과실이 EU 전역에 널리 확실히 분배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뚜렷한 목표"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성장과실의 분배가 EU가 태생 때부터 추진해온 유럽통합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EU 지도부, 기득권을 불신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 정파가 득세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반기득권 오성운동과 극우성향 동맹의 연립정권이 들어섰고 독일에서는 극우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이 기성정당을 뒤흔들고 있으며 영국은 EU에 대한 대중의 반감에 힘입어 브렉시트를 목전에 두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포퓰리스트들이 유럽통합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유럽 전역에서 생활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배가하는 게 EU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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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EU가 1993년 창립된 뒤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약속을 대체로 지켰으나 남부 회원국들이 북부 회원국들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격차는 더욱 벌어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금융위기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남유럽 5개국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인당 실질소득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업들이 고용을 더 유연하게 조절 수 있도록 하고, 투자와 연구개발 지출을 늘릴 기업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하라고 EU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라가르드 총재의 이날 경고가 영국이 통상조건에 대한 합의 없이 EU와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 EU 경제권의 심각한 경제성장 둔화 신호 속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경제성장 둔화를 유럽이 당면한 문제로 지목기도 했다.
그는 IMF가 3개월 동안 두 차례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 가운데 일부가 EU 전역에서 나타난 수요 둔화라고 지적했다.
작년 4분기 0% 경제성장을 기록한 독일에 대해 IMF가 지난달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3%로, 작년 10월 전망치보다 무려 0.6%포인트나 깎였다.
IMF는 유로존의 다른 주요국인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대해서도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인 라가르드 총재는 EU 행정부의 수장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올해 10월 5년 임기를 마치면 후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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