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마굄' 열 있어야 얼음 녹아 액체상체 물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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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 밑에 액체 상태의 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는 지질학적으로 화성이 살아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마그마 굄(magma chamber)'의 열이 얼음을 녹이지 않고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물이 있다는 것은 곧 화산 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달·행성연구소의 마이클 소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화성 남극의 얼음층 밑에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한 결과를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저널인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최신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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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화성 남극의 1.5㎞ 얼음층 밑에서 약 20㎞ 넓이의 호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것을 포착했다는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이 실린 것을 계기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연구했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선인 '마즈 익스프레스(Mars Express)'에 탑재된 레이더 탐사 장비인 'MARSIS(화성 심층부 및 전리층 음향탐사 레이더)'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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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얼음층의 압력과 소금의 농도로 물이 액체 상태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추정만 내놓았을 뿐 극저온에서 물이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지구에서도 행성의 열로 지각과 맞닿아있는 얼음이 녹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화성은 지구보다 온도가 훨씬 낮아 어떤 환경에서 얼음이 녹을 수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컴퓨터 모델 분석 결과, 소금만으로는 얼음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온도를 끌어올리지 못했으며 행성 내부에서 열이 추가돼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약 30만년 전에 화산폭발 때처럼 마그마가 행성 표면으로 분출되지는 않았지만, 지하에 모여 마그마 굄을 형성하고 이 열이 표면으로 전달되면서 얼음층 밑이 녹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탈리아 연구팀이 측정한 대로 거대한 호수에 물이 존재한다면 이 마그마 굄이 지금도 열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질학적 관점에서 30만년은 긴 세월이 아니며, 연구팀은 수십만년 전에 화산활동이 있었다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대 화성에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증거는 도처에 있지만 수백만년 전 것이라 화성의 화산 활동은 이미 오래전에 중단된 것으로 인식돼왔다.
화성의 지진 활동 여부는 지난해 말 지진계와 지열측정 장비를 갖고 화성에 착륙한 미국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의 탐사활동을 통해 조만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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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동저자인 같은 연구소의 알리 브람슨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액체 상태 물의 존재는) 화성의 내부에서 마그마 굄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화성이 지하에서는 춥고, 죽은 곳이 아니라는 점을 나타낸다"면서 "화성에서 마그마 작용이 폭넓게 진행된다면 얼음이 더 광범위하게 녹아 액체 상태 물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고 했다.
액체 상태 물의 존재는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줄 뿐아니라 인류가 화성 개발에 나설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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