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출판업자 친딸 "린드스테트 대사, 中공산당 연계 기업가 만남 주선"
"만남서 '석방 힘쓸테니 입닫아라' 위협" 주장…中 정부는 연관성 부인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중국 주재 스웨덴 대사가 중국에 구금된 스웨덴 국적의 홍콩 출판업자와 관련해 이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상부 보고 없이 무단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웨덴 정부는 이들이 해당 출판업자의 석방 운동을 벌이는 가족을 만나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확산하자 주중 대사를 전격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14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에 구금된 스웨덴 국적 홍콩 출판업자인 구이민하이(桂敏海·54)의 친딸 앤절라 구이는 최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안나 린드스테트 주중 대사 주선으로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 공산당과 연결고리가 있는 사업가 2명을 만났다고 폭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앤절라는 린드스테트 대사가 지난달 24일 부친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해보자면서 그녀를 스톡홀름으로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당시 만남에서 사업가들은 부친의 석방을 위해 힘써줄 테니 더는 언론에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고 '위협'했다고 앤절라는 주장했다.
앤절라는 린드스테트 대사도 이 만남에 동석했으며, 구이민하이가 석방된다면 방송에 출연해 스웨덴과 중국의 밝은 미래를 얘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버지가 석방될 수 있다는 불확실한 약속을 대가로 입을 다물진 않을 것"이라면서 협박과 악담, 뇌물, 아첨 등은 상황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블로그에 썼다.
중국 반체제인사로 알려진 구이민하이는 2015년 말 중국 정부가 금서로 지정한 책을 홍콩에서 판매했다가 실종됐으며, 이후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2017년 10월 석방됐으나 불과 3개월 만인 작년 1월 스웨덴 외교관 2명과 함께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서 베이징행 열차를 타려다 중국 사복경찰에 의해 연행돼 재차 구금됐다.
그의 소재는 애초 베일에 싸여있다가 앤절라에 의해 처음으로 구금 사실이 공개됐고 중국 정부도 뒤늦게 이를 확인했다.
앤절라는 부친의 석방 운동에 앞장서며 언론 등을 통해 중국 정부를 비판해왔다.
스웨덴 외무부는 린드스테트 대사와 앤절라의 만남이 비공식적인 것이었다면서 외무부도, 외무장관도 이 만남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이어 이 만남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린드스테트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여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린드스테트 대사는 지난 13일 스웨덴으로 소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번 일과 어떠한 관련성도 없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주스웨덴 중국 대사관은 누구에게도 구이민하이 딸과의 접촉을 승인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은 법적 절차에 따라 구이민하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구이민하이의 근황을 알지 못한다면서 관련 코멘트를 거부했다.
이번 일이 알려지자 스웨덴 정계는 '충격적인 스캔들'이라고 언급하면서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야당인 좌파당(Left party) 관계자는 "스웨덴 대사가 (중국) 독재정권에 부응해 스웨덴 국민인 정치범 딸의 입막음을 시도했다"면서 "이는 스웨덴 외교사에서 수십년에 걸쳐 벌어진 일 가운데 최악의 스캔들"이라고 지적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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