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매길 태세다. 15일 AFP 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17일(현지시간)까지 백악관에 제출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90일 이내에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상무부는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지난해 5월부터 수입 자동차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해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통상안보를 해친다는 판단이 내려진 품목의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연방법이다. 상무부 보고서는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법적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수출한 자동차 245만여대 가운데 81만1천여대가 미국으로 나갔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동맹 관계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 등이 반영될 수도 있고, 미국 자동차 업계의 입김이 더 세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한미 FTA 개정 때 자동차 부문에서 일정 부문 양보를 했지만, 무역확장법에 따른 별도의 자동차 관세가 면제될지는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만난 미국 정부·의회 인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만하다. 미국은 보고서를 상황에 따라 자동차가 아닌 다른 분야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고, 실제로 휘둘렀을 때 타격도 큰 만큼 통상당국은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검토의 주요 목표가 유럽이나 일본이지 한국이 아니라는 말도 나오지만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김 본부장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워싱턴을 찾아 미정부·의회의 유력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자동차 고율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다만 무역확장법에 근거한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여부나 방법, 시기 등을 결정하려면 90일이 남았고, 그 사이에도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통상외교 채널과 자동차 업계의 모든 채널을 가동해 불똥이 튀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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