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대통령 "대통령도 성역없이 수사한다면 공수처 필요없을 수도"

입력 2019-02-15 15:47   수정 2019-02-15 16:15

[전문] 문대통령 "대통령도 성역없이 수사한다면 공수처 필요없을 수도"
"검찰이 스스로의 비리 직접 수사할 수 있다면 공수처 왜 필요하겠나"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언젠가 검찰·경찰이 대통령도, 대통령의 아들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사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그때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라는 특별한 사정기관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공수처가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이야기되고 하니까 검찰이 특히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원래 공수처는 그것이 아니고 특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검찰이 스스로의 비리에 대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이 검찰의 잘못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면 공수처라는 기관이 왜 필요하겠는가"라며 현 상황에서의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 "일제시대 비뚤어진 권력기관 그림자 벗는 원년돼야" / 연합뉴스 (Yonhapnews)
다음은 문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 전문.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은 서로 간의 전제 조건일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과제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다들 생각이 다릅니다.
정치권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좀 더 오래 다뤄왔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 반면에 자치분권하는 분들은 수사권 조정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자치경찰에 대해 상당히 오래전부터 강력하게 요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예를 들면 수사권 조정을 우선으로 놓고 보더라도 수사권 조정을 하게 되면 그 결과 경찰이 지금보다 비대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찰이 비대해지는 것에 대한 국민적인 걱정이 있을 수 있고 그 점이 부각되면 국민적 수용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균형을 위해서라도 자치경찰제가 도입돼서 한편으로 비대해지는 경찰이 분산돼서 경찰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자치경찰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하는 분들 입장에서도 자치경찰이 먼저 시행되면 말하자면 경찰 권한이 중앙경찰로서는 그냥 뚝 떨어져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긍정적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자치경찰을 내놓는 대신 또 다른 경찰청의 권한이 더 강화되는 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권력기관의 권한의 균형이라든지 이런 측면에서 가급적 같은 시기에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제 어느 한 과제만 생각해도 어려운 건데 그 어려운 과제를 함께 추진하자고 하면 어려움이 훨씬 가중되겠죠.
그러나 그것은 부득이한 일이라고 생각이 되고 또 우리 정부에게 부여된 소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조금 목표를 말하자면 100% 완전한 수사권 조정, 또 100% 완전한 자치경찰, 이렇게 곧바로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렇게 자치경찰도 우리가 연방제가 아니기도 하고, 게다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걱정들이 있기도 하고, 그래서 아마 국민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자치경찰이 생기더라도 중앙경찰과 자치경찰을 합쳐서 경찰 총량은 동일성이 유지되는 것,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치경찰을 한다 해서 또 다른 조직이 생겨나고 또 다른 청사가 마련되고 이렇게 되면 당장 바람직한 측면보다 그로 인한 예산의 소요나 이런 부분이 더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초기 출범 단계에서는 경찰 서비스가 늘어나는 만큼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것 외에 국가경찰이 중앙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지더라도 총량은 별로 변함이 없게끔 그렇게 하고요.
또 하나는 아마 이제 야당이 더 걱정하게 될 것 같은데 왜냐하면 자치단체장들이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대부분 다 됐기 때문에 광역단위 자치경찰이 될 경우에 이 자치경찰이 말하자면 광역자치단체장 쪽과 정치적 중립을 잘 유지할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우려들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우려에 대해서 확실한 보장 장치랄까 그런 것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사권 조정도 어차피 우리가 일거에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럴 만큼 경찰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다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또 영장의 검찰 청구가 헌법에 명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는 한은 예를 들자면 영장의 청구 과정에서 거기에 필요한 만큼은 사실상의 수사지휘 같은 것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은 검찰이 현재 논의되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 그렇게 거부감을 가질 이유도 나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일반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영장을 매개로 하는 지휘를 할 수 있게 되고, 게다가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오히려 중요 사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것도 생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검찰을 잘 이렇게 설명해서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공수처가 중요합니다.
아까 말씀 들어보니까 꼭 공수처는 아니더라도 약간 조금 다른 방식으로라도 거의 같은 효과를 거두도록 하는 방안까지 논의가 되고 있다 해서 다행스럽게 생각되는데 사실 공수처도 요즘 조금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자꾸 공수처를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이야기가 되니까 검찰이 특히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원래 공수처는 그것이 아니고 특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입니다.
원래 사정기관이 검찰이 있고 경찰이 있지만, 기존의 제도적인 사정기관들이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 주변의 비리, 이런 것에 대해서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에, 그래서 옛날에 특히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부 시절의 아들 사건, 또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시절의 아들 사건, 이런 사건들을 거치면서 특별사정기구로서 공수처의 설치가 2002년 대선 때 이미 당시 노무현·이회창 양 후보 모두 공약이 됐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일 첫 번째 대상은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인척 특수 관계자, 그다음에 청와대 이런 권력자들, 그렇게 논의가 되다 보니 자연히 권력이 있는 국회의원도 대상으로 포함되고, 또 판사, 검사도 대상으로 이제 포함되게 된 것입니다.
검찰이 대상으로 포함이 되게 될 경우에 사실 검사의 잘못에 대해서 검사 스스로 자기 수사를 하지 않는 한은 어떻게 시정할 방법이 없었는데, 말하자면 그런 검사의 잘못에 대해서 시정할 수 있는 수사를 하고 문책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게 부각이 되게 된 것입니다. 선후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언젠가 검찰, 경찰이 정말 대통령도, 대통령의 아들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사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그때는 공수처라는 특별한 사정기관이 필요 없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검찰이 스스로 검사의 비리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이 검찰의 잘못에 대해서 수사할 수 있다면 공수처라는 기관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그런 측면으로 조금 접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너무 잘해 주셨습니다. 저는 다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국정원이 정치 정보를 내려놓고 정치에 관여를 안 한다는 게 정말 참 혁명적인 일인데 아주 잘해내셨고, 또 그 과정에서 과거의 권력 유착 적폐까지 다 씻어내고 40명 정도 구속에서 실형까지 선고받는 그런 조직 내부의 아픔까지 겪으면서 잘 해내셔서 서훈 원장님이나 정해구 위원장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검찰과 법무부의 개혁도 지금 놀라울 정도입니다.
지금은 검찰이 무슨 정권에 줄 서 있다거나 정치 관여 행위를 한다거나, 하여튼 정치 중립을 지키고 있지 않다, 때때로 무슨 조작도 하고 인권도 침해한다, 이런 식의 이미지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도 박상기 장관님, 송두환 위원장님, 또 김갑배 위원장님 감사드립니다.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은 정말 요즘 촛불집회 때 집회 관리할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집회 시위에 대해서 확실하게 권리를 보장하면서 아주 질서 있는 집회 시위가 되도록 잘 관리해 주는 모습이라든지, 과거사 이런 것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해서 정리하는 모습들도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부겸 장관님, 민갑룡 경찰청장님, 박재승 위원장님, 유남영 위원장님 감사드립니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님, 민정수석실에서도 수고하셨습니다.
약간 지나쳤는데 특히 검찰의 경우에는 이런 과거사를 스스로 진상조사를 해서 바로잡는 이 일을 한 것이 처음입니다.
국정원이나 경찰이나 다른 기관들은 과거에도 한 적이 있었는데 검찰은 전혀 하지 않았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렇게 한 것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 과제는 그렇게 과거사 진상조사 이런 것이 거의 마무리단계라고 하는데 그런 것을 통해서 진실이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그 사건 자체의 그것도 필요겠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해 두는 것까지 가야 될 것 같습니다.
두려운 것은 지금까지 너무 잘해 왔지만, 그러나 이게 법 제도적인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이것이 다 또 되돌아갈지도 모른다, 마치 물을 가르고 간 것처럼 분명히 가르고 나갔는데 법 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지나고 나면 도로 언제 또 그랬냐는 듯이 도로 물이 합쳐져 버리는, 또는 당겨진 고무줄이 도로 되돌아 가버리는 그런 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미 논의가 다 끝나고 법안까지도 거의 다 마련이 되고, 또 사개특위에서 구체적으로 조문까지 다듬고 있으니까 이 법안들이 꼭 좀 통과가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이런 또 논의들을 한다면 이제는 입법을 어떻게 이루어 낼 건가 라는 입법전략회의, 이런 것이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또 혹시라도 입법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입법 과제들을 어떻게 입법을 통하지 않고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을 수 있는지 이런 것도 함께 모색해 나갔으면 합니다.』
yu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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