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광둥성의 한 지역 당국이 전화사기범 검거를 위해 범죄자의 자택에 붉은색 페인트로 '낙인'을 찍는 방법을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중국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광둥성 마오밍(茂名)시 뎬바이(電白)구 수쯔(樹仔)진의 공산당 위원회와 인민정부는 지난 3일 '도주범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했다.
편지에는 "10일 전까지 용의자가 법정에 출두하지 않으면 3가지 조치를 일률적으로 취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겼다.
해당 조치는 집의 전기와 식수 공급을 끊고, 용의자 집 앞뒤 좌우에 붉은 페인트로 '전화사기범의 집'이라고 표시하는 한편, 용의자와 그 직계 가족의 신분증과 은행카드 등을 동결하는 것 등이었다.
편지에는 "도주범을 숨겨주거나 재정적으로 돕는 것은 심각한 위법행위다. 가족간의 정 때문에 법을 어겨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자수하도록 돕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공안부는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전화사기 범죄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지역 7곳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뎬바이구도 포함됐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중국 인터넷상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정부가 페인트칠을 하다니 다소 극단적이다. 하지만 '친척이 친척을 데리고, 마을 사람이 마을 사람을 데리고'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라면 경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베이징청년보는 전했다.
해당 조치로 실제 범인 검거 효과가 있었는지 묻거나, 지나치게 일률적인 조치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인터넷에 공개된 전화사기 도주범이 43명이었는데, 이달 11일까지 19명이 자수하고 6명이 검거됐다.
뎬바이구 공산당위원회 선전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논란이 되자 앞서 광시성 빈양(賓陽) 현에서 페인트로 '사기 혐의자의 집'이라고 표시했던 전례를 참고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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