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필 이어 뉴욕필 음악감독 부임…21~22일 KBS교향악단 객원 지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관객들이 따로 준비할 건 없습니다. 그냥 와서 듣다 보면 수많은 '디테일'을 위해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분명한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뉴욕필하모닉 음악 감독인 네덜란드 출신 야프 판 즈베던(59)는 엄격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로 유명하다.
그의 강도 높은 '조련'은 악단 연주 역량을 단기간 내 끌어올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즈베던은 2012년부터 '클래식계 변방'에 위치했던 홍콩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맡아 악단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내 주목받았다.
이런 성과는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필하모닉의 러브콜로 이어져 2018~2019시즌 공식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오는 21일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을 객원 지휘하는 그는 16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내게 연주 질을 끌어올리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모두의 노력과 헌신"으로 좋은 소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집중도 높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꺼이 참여하고 그 과정을 잘 견뎌내면, 쓴 노력 후의 달콤한 결과를 맛보게 됩니다. 결과물을 좇는 게 아닙니다. 최고의 음악을 위한 노력이 좋은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죠."
그는 '압축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단원들에게 많은 연습을 요구하고 리허설 때도 엄격한 편이다. 바이올린의 짧은 한 악구 연습을 위해 10번 이상 반복 연습시키기도 하고, 목관 파트의 아주 작은 부분을 위해 리허설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기도 한다.
그는 "철저한 준비가 음악가들을 무대에서 자유롭게 한다", "리허설에서 디테일이 가장 중요하며 그 디테일에 진짜 보물이 숨겨있다"는 지휘 철학을 피력한 바 있다.
작년 경기필하모닉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 무대에 대해서도 '악단 잠재력을 끌어냈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당시 무대에 함께 올랐던 정하나 경기필하모닉 악장은 "활 사용이나 비브라토(현의 떨림) 방식 등까지 굉장히 꼼꼼하게 챙긴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화를 내거나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님에도 카리스마가 넘쳤다"고 기억했다.
오케스트라 저마다의 특성을 존중하는 것도 그가 중시하는 부분이다.
그는 현재 동시에 이끄는 홍콩 필하모닉과 뉴욕필하모닉을 두고 "그야말로 새로 떠오르는 별과 전통적인 강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두 단체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뉴욕필하모닉은 수많은 거장이 함께 해왔다면, 홍콩 필하모닉은 무서운 속도로 정상을 향해 성장 중이죠. 뉴욕필하모닉이 아주 오래된 근사한 와인이라면 홍콩 필하모닉은 갓 양조돼 신선한,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와인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번 KBS교향악단과의 연주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연주에 집중하기 위해 협연자 없이 진행된다.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전주곡'과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선보인다.
그는 "브루크너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를 더 깊게 알 수 있게 한다"며 "한국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는 아직 생소하지만, 이 악단만의 DNA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같은 프로그램의 공연은 이튿날인 22일 여의도 KBS홀에서 한 번 더 열린다. 1만~12만원. ☎02-6099-7409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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