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후 첫 인터뷰…"지점장 KPI에 기업 여신 '물량' 반영"
"뉴욕지점은 올해까지 보수적 운영…현지 당국과 신뢰구축 우선"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올해 2년 차 임기를 시작한 이대훈(59) NH농협은행장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행장은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디지털금융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금융사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보험' 들어두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참여 의사를 완전히 접는 것은 아니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은행은 금융권에서 스마트뱅킹 실질 접속률이 가장 높다"며 "우리 내부에 인터넷은행을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고객이 인터넷은행을 이용할지, 농협은행 스마트뱅킹을 이용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디지털금융 발전을 농협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우선 과제로 꼽기도 했다.
다음 달 말 농협은행 디지털 혁신캠퍼스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다. 이 행장은 이곳에 농협은행 직원으로 구성된 연구·개발(R&D) 조직을 두고, 외부 핀테크 업체도 입주시킬 계획이다. 농협은행 디지털 부문도 대거 이곳으로 옮긴다.
이 행장은 "디지털 부문을 은행장이 크게 간섭하지 않는, 은행 속 인터넷은행처럼 키워갈 것"이라며 "인사, 예산, 방향을 신속하게 결정하는 분사 체제로 만들어 압도적인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부문은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업금융과 디지털금융을 결합한 농협은행의 방식이 농업 중심 동남아 국가 필요에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 행장은 "현지 전문가 양성도 동남아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자금세탁방지 등 준법 감시 시스템 미비로 1천100만 달러 과태료를 낸 뉴욕지점은 올해까지 영업 확대보다는 신뢰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 행장은 "작년에 두 차례 연방준비제도(FRB)와 금융감독청(DFS)을 직접 찾아가 개선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올해 5월과 11월 또 찾아가 완벽한 신뢰 구축을 할 것"이라며 올해는 컨설팅 비용 때문에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두바이와 벨기에 지점 개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했다.
농협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1조2천226억원으로 전년보다 87.5% 증가했다. 2012년 은행 출범 후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다른 주요은행도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와 고금리 흐름에 올라타 쉽게 수익을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이 행장은 "그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작년 부동산금융이 침체하면서 하반기부터 기업 여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틀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작년 7월 1일부터 지점장 인사평가 기준이 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기업 여신 '수익률'이 아닌 '물량' 점수 비중을 높였다.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는 가계여신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 대출을 확대하라는 취지다.
이 행장은 "경기가 침체하고 기업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 여신을 확대하는 것이 은행장으로서 미련할 수 있지만, 우리 심사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확대 등으로 머지않아 개인 여신 정도는 컴퓨터가 다 하는 때가 올 것"이라며 "컴퓨터가 할 수 없는 '나만의 고객관리'를 살리고자 직원 토론식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1985년 농협중앙회에 입회해 농협은행, 농협상호금융까지 농협 내 금융 업무를 두루 경험한 '농협통'이다. 그만큼 특수은행으로서 농협은행의 역할을 중시했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이 '농협' 이름을 걸고 얻은 과실은 우리 농민에게 100% 돌아가야 한다"며 "농가소득 증대 캠페인 등 농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한다는 이미지가 농협은행 전체 이미지를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금융상품 수익의 마지막 100원·1천원 단위를 기부하면 은행과 지자체가 같은 금액을 내놓아 농가 기금을 조성하는 '지역사랑 내림운동'을 올해 안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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