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스라엘 물밑 접촉설 부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알사우드 왕가의 유력 인사인 투르키 알파이살(투르키 빈파이살 알사우드) 왕자가 이스라엘 신생 방송 채널13과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투르키 왕자는 사우디 정보기관 수장과 주미, 주영 대사를 지낸 유력 인사다.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사우디 왕가의 중요한 인물이 이스라엘 매체와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인터뷰는 런던에서 이뤄졌다.
투르키 왕자는 13일 방송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사우디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우리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우디의 관점에서 보면 정반대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아랍 이슬람권이 동의하는 평화협정을 맺어 70여년간 중동의 최대 문제 중 하나인 팔레스타인 분쟁을 끝내야 비로소 사우디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르키 왕자는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여론은 팔레스타인 문제가 이미 죽은 사안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과 관계없이 아랍권과 관계를 증진할 수 있다'면서 대중 여론을 속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렇게 한다(여론을 속인다)"며 "모든 정치인이 그렇듯이 그는 '내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내가 이런저런 성과를 이뤄냈는지'를 대중에 부각해 선거에 나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주장대로 아랍권과 관계가 개선된다는 조짐을 과시하는 이벤트에 집중했다"며 "이런 이벤트의 중심에는 이란에 대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공유하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르키 왕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푸는 근간은 2002년 사우디가 제안한 '아랍평화 이니셔티브'(이스라엘의 정착촌 철수)가 돼야 한다며 "이 제안을 한 첫날부터 이스라엘은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우디의 현재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외면하면서 이스라엘과 접근하려 하고 이를 살만 국왕이 제동을 걸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투르키 왕자는 "이스라엘 관련 사안으로 말하자면 두 분이 모두 의견이 같다"고 부인했다.
이어 "왕세자는 사우디 정책의 충실한 대표자다"라며 "왕세자가 이스라엘에 더 유화적이라는 생각은 이스라엘 정부 측의 희망적인 생각일 뿐 왕세자는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를 위시한 이슬람권은 이스라엘의 건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와 친분이 두터운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위)을 고리로 '대이란 공동전선'을 구축하려고 이스라엘과 물밑으로 접촉한다는 정황이 여러차례 감지됐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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