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책위원회 안건으로 논의…"인권침해 지적 있어 검토 중"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수사기관에 소환되는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 언론에 노출하는 관행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포토라인 패싱'을 계기로 논란이 되자 경찰도 자체적으로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앞서 15일 수사 관계자들과 외부위원들이 참석한 경찰수사정책위원회 회의에서 포토라인 현황을 공유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 안건은 포토라인과 관련한 논쟁이 일자 경찰청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법적 근거 없이 운용되는 포토라인이 아직 수사 중인 피의자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는 그런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포토라인에 국민 알 권리 충족과 관련한 순기능도 있다는 입장도 존재하고, 포토라인 운영 주체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언론계여서 수사기관 독자적으로 존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포토라인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언론에서도 거론돼 수사정책위에서도 다루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근거도 없는 것을 운용하는 관행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는 1993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취재 경쟁 과열로 카메라에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포토라인 설치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포토라인 시행준칙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경찰은 자체 훈령인 '경찰 수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원칙적으로는 소환·조사·압수·수색·체포·구속 등 수사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되, 공익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 언론 취재를 허용하도록 규정했다. 검찰도 공보준칙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이고, 아직 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를 수사기관 출석 단계에서 노출해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포토라인은 수사기관이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들이 해당 기관 협조를 얻어 설치하는 것이어서 검·경 자체적으로 폐지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포토라인 설치와 운용 주체가 기자단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외국 사례를 추가로 살펴보고, 기자협회 등 언론계도 의견이 있을 것인 만큼 쉽게 결론 낼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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