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 영화 '쇼생크 탈출',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까지 탈옥 내러티브는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 중 1973년작 영화 '빠삐용'은 탈옥 이야기의 대명사가 됐다. 앙리 샤리에르가 자신의 수형 생활과 탈옥 과정을 담아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히며 두고두고 회자된다. 주인공이 바퀴를 먹는 장면은 패러디돼 국내 TV 광고에도 쓰였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빠삐용'은 이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스티브 맥퀸이 맡았던 빠삐 역할을 찰리 허냄이, 더스틴 호프만의 드가는 라미 말렉이 연기했다.
능숙한 금고털이범 빠삐는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가 보내진 곳은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악명이 자자한 프랑스령 기아나의 교도소. 탈옥을 결심한 그는 백만장자 드가를 지켜주는 대가로 그에게서 탈옥에 필요한 돈을 받기로 결심한다. 우발적으로 실행된 첫 번째 탈옥의 결과 빠삐는 2년 동안 말하는 것조차 금지된 독방에 갇힌다. 계획적으로 두 번째 탈옥을 시도해 콜롬비아까지 가지만 이들을 밀고한 수녀에 의해 또 5년 동안 독방 신세가 된다.
영화는 원작의 플롯에 거의 각색을 가하지 않고 숨이 막힐 정도로 비참한 교도소 생활을 그리는데 충실하다. 특히 빠삐가 독방에서 침묵 속 긴 시간을 견딜 때의 고통은 너무나 생생해서 그와 함께 늙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이 과정에서 그가 그토록 갈망하는 자유의 소중함도 강조된다. 빠삐는 그의 가슴에 있는 나비 문신으로 생긴 앙리 샤리에르의 별명이다. 빠삐가 탈옥에 성공해 자유롭게 날아갈 것이라는 은유로도 읽힌다.
문제는 원작이 나온 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관객이 이 같이 전형적인 탈옥 이야기에 익숙해진 데 있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된 교도소 생활, 여차하면 다른 죄수를 죽일 준비가 된 죄수들, 비인간적인 소장 등은 이제 흔해빠진 설정이 돼 버렸다.
찰리 허냄과 라미 말렉의 연기는 빛난다. 독방 감금 상태에서 경험했던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 18㎏을 감량했다는 찰리 허냄은 자유를 향한 갈망을 온몸으로 표현해낸다. 그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오랜 시간 홀로 남겨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지 않은 채로 5일 동안 감방에 있었다고 한다. 라미 말렉은 유약한 드가 그 자체로 분했다. 흔들리는 눈빛부터 말투까지, '보헤미안 랩소디' 속 프레디 머큐리와는 또 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