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출신 첫 스님 "서로 참고 참으면 통일 빨라지겠죠"

입력 2019-02-17 09:01   수정 2019-02-18 20:35

새터민 출신 첫 스님 "서로 참고 참으면 통일 빨라지겠죠"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앞둔 도현스님…"통일되면 북에서 포교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서로 참고, 참다 보면 통일이 이뤄질 거라고 봐요."
국내에서 새터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출가한 도현스님은 17일 통일에 관한 견해를 밝히면서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통일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구니(比丘尼)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사미니(沙彌尼)인 도현스님은 2009년 12월 한국 땅을 밟았다. 북에서 7년가량 군 생활을 하면서 당의 일꾼이 되기를 꿈꿨지만, 어느 날 부대가 강제로 해산되면서 갑작스레 무직이 됐다.
북한에서 무직은 강제 노역 등 처벌 대상이다. 그러던 사이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면서 한국으로 넘어왔다.
한국에 와서는 간호 대학을 가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져 수술대에 오른 끝에 꿈을 접었다.
이후 새 삶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군 생활이 사회생활의 전부였던 그는 '이모', '언니'라고 부르던 한국인 지인들에게 돈을 떼이는 등 사기를 당해 삶의 의미마저 잃었다.
그런 그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 것은 불교였다. 북한에서 종교의 자유 없이 살아온 도현스님은 국내에 들어오면서 불교에 입문했고, 미국에 사는 동안에도 온라인으로 스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위안을 얻었다.
2013년 5월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그해 7월 바로 출가했다는 도현스님은 2015년에는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해 4년간 수학했고, 18일 졸업을 앞두고 있다.
3월 비구니 승격 여부가 걸린 승과고시를 앞둔 도현스님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향이 그립다며 통일을 기다리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곧장 북으로 올라가 고향 사람들에게 불교 정신을 알리고 싶다는 게 도현스님의 소망이다.
도현스님은 "머리를 깎을 때부터 사사한 노스님께서는 내게 항상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말씀하셨다"며 "남북이 노스님 말씀대로만 서로 대한다면 통일도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현스님은 "그렇게 되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통일이 될 것 같다"며 "불교는 모든 것을 품는 종교다.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없지만, 예전에 지어진 절이 많아서 정서적으로 불교에 가까운 나라인 만큼 불교가 통일 이후 남북 사람들을 한 데 묶는 데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현스님은 동국대 졸업 후 성균관대 일반대학원에 들어가 동양철학을 공부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출가한 스님들보다 공부가 부족하다는 뜻에서 당분간 학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탈북민으로서 언론 인터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선뜻 응해준 이유를 마지막으로 물었다.
"학교에서 탈북 대학생들끼리 독서 모임 같은 동아리를 했어요. 다른 학교 동아리와 연합 활동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 학교에는 동아리방이 없습니다. 최소 생계비로 생활하는 탈북 학생들은 공부하려고 카페에 가기도 쉽지 않아요. 학교에서 동아리방을 만들어 주는 게 졸업생으로서 마지막 바람이에요."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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