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 총리, 수도 외곽 순환도로 건설 입찰 비리 관련해 위기 몰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반도에 위치한 나라 알바니아에서 정부의 부패를 성토하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펼쳐졌다.
16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운집해 에디 라마 총리의 사퇴와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분출했다.
대부분이 야당 지지자들인 이날 시위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는 총리 집무실로 몰려가 화염병과 돌을 투척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 일부는 쇠로 된 구조물을 동원해 라마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 당사와 정부 청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경찰은 총리실로 진입하려는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며 맞섰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 7명과 기자를 포함해 총 15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외부에 있던 독일 예술가의 조형 작품도 파손된 것으로 보도됐다.
시위대는 이날 라마 총리가 티라니 외곽순환도로 건설 과정에서 부정 입찰에 개입했다며 그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알바니아 검찰은 위조 서류를 동원한 건설회사가 외곽 순환도로 일부분의 입찰을 따내 1천800만 유로(약 230억원)의 국가 예산을 수령한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시위를 이끈 보수적 성향의 제1야당인 민주당의 룰짐 바샤 대표는 "도둑질을 하다 발각된 정부는 해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마 총리는 그러나 야당이 현재 진행 중인 사법개혁 노력을 좌초시키기 위해 일부러 사회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며 야당 지도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들추게 될 사법 개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라마 총리의 주장이다.
전직 농구선수이자 예술가 출신인 라마 총리는 지난 14일에는 의회에서 바샤 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부패 관련 공세에 대해 답변을 하기 직전에 야당 의원이 뿌린 잉크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 최빈국 중 하나인 알바니아에서는 작년 말에도 수업료 인하를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 시위가 벌어지는 등 최근 들어 어수선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알바니아의 사회 불안정이 계속되자 "폭력과 불안정을 피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9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알바니아는 올해 중반부터 EU와 가입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EU 가입 후보국이 된 알바니아는 EU가 요구하는 개혁 조치들을 시행하면서 EU 가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법 독립성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며,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부패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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