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중요성 탓에 中·인도 항구 건설…韓·日도 투자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미얀마 라카인 주 정부가 해외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18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주로 꼽히는 라카인 주가 오는 21일 사상 첫 투자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경의 반군 토벌에 휩쓸려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던 북부 지역에서 300여㎞ 이상 떨어진 남부 해안에서 열리는 이번 투자박람회에서 라카인주는 태양광 발전, 식품 가공산업 육성 등을 위해 외국 투자자들과 다수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주 정부와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중개역을 맡은 툰 툰 나잉 미얀마 신진사업가협회 회장은 "분쟁 구역은 매우 작고, 라카인 주 나머지 지역은 아주 평화롭다"면서 "두 눈으로 직접 (현장의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카인 주에서는 2017년 하반기 미얀마 군경의 로힝야족 반군 토벌 작전이 인종청소로 변질하면서 70만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방글라데시로 달아났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로힝야족 난민을 미얀마로 송환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신변안전 보장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에 본격적인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는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 이민자로 취급해 박해했으며,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시민권을 부여하라는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현재 라카인 주 곳곳에 격리 수용된 12만7천여명의 국내 난민도 대부분 로힝야족이다.
이런 상황은 서구권 투자자와 관광객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라카인 주의 중심도시 시트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현지인은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외국인 손님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시트웨 동남쪽 110㎞ 지점에 있는 차우퓨 지역에는 중국의 투자로 심수항(深水港)과 특별 경제구역이 들어서고 있다.
중국은 윈난성 쿤밍(昆明)에서 이 항구까지 파이프라인을 부설해 미군 해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의 석유를 자국으로 들여올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 온 인도는 이에 맞서 시트웨에 새 항구를 짓는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라카인 주는 이에 더해 다른 국가에서도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트웨에선 한국 민간기업인 BXT 인터내셔널이 주 정부와 합작해 진행 중인 36헥타르(0.36㎢) 규모의 해안 신도시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도 주정부의 해외투자 유치를 돕고 있다.
현지 매체 미얀마타임스는 2016년 이후 현재까지 17개 외국업체가 라카인 주에 90억 달러(약 10조원)상당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런 분위기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fortify rights)는 "수입이 증진되면 인권문제가 자연히 개선될 것이란 건 얕은 생각"이라면서 투자자들이 자칫 소수민족 차별에 일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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