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자도 이창호에게 '농심배의 전설같은 기사'

입력 2019-02-18 16:41  

중국 기자도 이창호에게 '농심배의 전설같은 기사'
이창호 "농심배 가장 각별…매년 예선 참가하지만 후배들이 강해"


(상하이=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존경하는 이창호 9단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3차전 기자회견이 열린 18일 중국 상하이의 그랜드 상하이 호텔.
질문 기회를 받은 한 중국 기자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이창호 9단에게 질문을 했다.
이 기자는 이창호를 "농심배에서 전설 같은 기사"라고 부르며 '다시 농심배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전성기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인공지능을 상대로 이길 자신감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농심배는 한국, 중국, 일본의 바둑 국가대항전이다. 보통 기자회견에는 3국의 대표 기사 한 명과 각 팀 감독이 참석한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는 이례적으로 선수도 감독도 아닌 '초대 손님' 이창호가 회견장에 들어왔다. 대회 20주년을 맞아 주최 측이 특별히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창호는 농심배 통산 전적이 19승 3패로 이 대회에서 유독 강했다. 그는 농심배 1∼6회 대회와 8회, 11회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중국 입장에서 이창호는 농심배의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창호를 적이 아닌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창호는 "먼저 농심배를 20년 동안 꾸준히 거르지 않고 주최해주신 농심에 감사드린다"고 입을 열고는 "농심배는 항상 저에게 가장 각별한 대회"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창호는 2011∼2012년 제13회 농심배를 끝으로 이 대회에 한국 대표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호는 "매년 예선전에 출전은 하고 있는데, 후배 기사들의 실력이 강해서 못 나오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 질문에 대해서는 "기계 쪽에 너무 문외한"이라며 "얼마 전에 중국 양딩신 9단의 인터뷰를 보고 놀랐다. 2점도 아니고 3점은 깔아야 상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창호는 이번 대회 본선 3차전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정환 9단에게도 응원을 보냈다.
그는 "좋은 스트레스와 안 좋은 스트레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박정환 9단도 부담감을 좋은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면 충분히 자기 실력을 발휘할 것이다. 마음속으로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기자회견 직후 시작한 본선 3차전 첫 경기 제10국은 박정환과 일본 이야마 유타 9단의 대결이다.
박정환은 "평소대로 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평소대로 공부하면서 준비했다"며 "오늘 대국에서 실력 발휘를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야마 유타는 "박정환은 세계 최정상의 기사고 아주 강한 상대다. 그래서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 오늘 제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만족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환과 이야마 유타 중 승자는 19일 제11국에서 중국 기사와 맞붙는다. 중국에는 커제·스웨·구쯔하오·당이페이 9단 등 4명의 기사가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최강자인 커제는 아직 상하이에 도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커제 없이도 중국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위빈 중국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그런 것은 아니다. 농심배 특성상 한국, 일본 기사가 3연승을 거둔다면 무조건 커제가 나와야 한다"며 "커제는 일정상 이틀 후에 상하이에 도착한다. 오늘은 일정 때문에 못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제는 중국 랭킹 1위지만, 농심배에서 바둑을 두고 싶은 욕망이 아주 크다. 늘 가장 첫 순서로 나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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