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대출 용도 44%는 다른 대출 돌려막기"

입력 2019-02-18 17:57  

"대부업 대출 용도 44%는 다른 대출 돌려막기"
서민금융연구원, 대부업·사금융 이용자 3천800명 설문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대부업 대출 이용자 절반 가까이가 '부채 돌려막기'를 위해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하면 상당수가 부모와 친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18일 서민금융연구원은 금융감독원, 저축은행중앙회, 한국대부금융협회 등 20여개 서민금융 유관기관과 함께 최근 3년 안에 대부업·사금융을 이용한 3천79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작년 11월 1∼20일에 이뤄졌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2%가 대부업체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설문 시점에 대부업체와 사금융을 모두 이용 중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3.1%, 사금융만 이용했다는 응답은 6.2%로 나타났다. 11.5%는 대부업체 후 사금융업자 또는 사금융업자 후 대부업체를 이용했다.
대부업체 이용자들이 대부업체를 찾은 이유(복수응답)는 '필요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충당할 수 없어서'(63.5%), '신속한 대출'(26.0%), '어디서 돈을 빌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광고·전화·문자 등을 보고'(23.2%) 순이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용도(복수응답)는 '주거비 등'(64.0%)이 가장 많았지만 '신용카드대금 등 다른 부채 돌려막기'도 44.0%에 달했다. '창업 등 사업자금'은 11.2%였다.
대부업 대출 이용자 중 62.7%는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이 찾은 다른 방법(복수응답)은 '부모·형제자매·친구 도움'(43.9%), '저축은행·카드사 이용'(21.7%), '차입 포기'(16.1%), '불법 사금융 이용'(14.9%) 순이었다.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또는 법원 개인회생·파산 신청을 택한 사람은 14.6%,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한 사람은 10.9%였다.
사금융업자에게서 돈을 빌린 사람의 60%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가 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 16.8%는 금리가 96%를 넘었다.
설문 참여자 중에 2014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채무대리인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73.2%에 달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채무자가 지정한 대리인이 채권자의 추심행위를 모두 대신 받고, 대리인을 통하지 않은 추심행위가 제한되는 제도다.
연구원은 대부업체 250곳에도 예상 수익률, 예상 존속기간 등을 물었다.
대부잔액 1천억원 이상 대부업체의 89.7%, 대부잔액 1천억원 미만 업체 70.2%가 작년 2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연 24%로 인하된 이후 경영상태가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최고금리가 연 20% 수준으로 더 내려가면 '회사 매각 및 폐업 검토'를 하겠다는 업체가 34.2%나 됐다.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후 축소 운영'(30.0%), '현 수준의 영업유지'(17.5%), '대출 규모 축소 후 사업유지'(12.9%)가 뒤를 이었다.
대부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우선 요구되는 정책으로는 '금리 인하시기 등 정책 예측 가능성 부여'(18.4%), '자금조달 규제 완화'(18.1%), '세법상 손비 인정 범위확대'(16.7%) 등이 많은 답을 받았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저신용자의 가족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족 단위 신용 상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유명무실한 채무자대리인제도 활성화를 통해 한계 채무자의 재기를 위한 안전판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hy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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