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에서 손 떼라' 이틀간 음악회로 억만장자 브랜슨의 자선콘서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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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영국의 한 갑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도적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선 콘서트를 열 예정인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가 맞불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 장관이 오는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콜롬비아 국경 지역에서 대규모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는 주제 아래 열릴 콘서트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연결하는 시몬 볼리바르 국제 다리에서 열린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콘서트장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2만개에 달하는 식품 배급 상자를 나눠 줄 계획이다.
로드리게스 공보 장관은 "우리는 평화를 위한 대규모 콘서트나 문화행사를 요청한 많은 국내 예술가들의 제안을 수용했다"면서 "이틀간 진행될 콘서트의 성공을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주관하는 콘서트는 영국의 억만장자로 버진그룹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도적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2일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에서 개최할 예정인 자선 콘서트에 맞서기 위한 행사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브랜슨은 콘서트 외에 인도적 구호 활동을 지원하려고 향후 60일 동안 1억 달러를 모금할 계획이다.
베네수엘라 여야는 지난 7일 이후 미국 등이 지원한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공한 원조 물품은 현재 베네수엘라와 국경이 접한 콜롬비아 쿠쿠타와 브라질 북부, 카리브해의 네덜란드 식민지인 쿠라사우 섬의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은 2015년 이후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경제난 속에 베네수엘라인 230만명이 해외로 떠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과 야권은 표면적으로 경제난에 따른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원조를 통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군부 이탈을 내심 바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인도주의 원조 물품 반입을 두고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해온 과이도 국회의장은 최근 열린 집회에서 오는 23일 구호 물품이 반입될 것이라며 정면 대결을 예고한 바 있다.
과이도 의장의 초청으로 최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통해 입국하려다가 추방된 보수 성향의 유럽의회 의원 5명은 야권이 23일 콜롬비아 국경에서 구호 물품의 반입을 시도하는 틈을 타 다시 입국할 방침이다.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콜롬비아와의 국경 다리에 화물 컨테이너 등의 장애물을 설치하고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특히 미국이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에 30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가 넘는 손실을 안겨놓고선 소량의 인도주의 원조를 보내는 것은 이중적이며 '정치적인 쇼'라고 비판한다.
야권은 베네수엘라 국영 인터넷 사업자인 CANTV가 이날 원조 물품 반입과 배포에 참여하려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야권의 웹사이트를 차단했다며 반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효라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대선 당시 주요 야당이 불참 선언을 한 가운데 일부 야권 후보가 출마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마두로 퇴진운동을 주도해온 과이도 의장은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 베네수엘라에서는 사상 초유의 '두 대통령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가들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반면에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국제 대리전' 양상도 띠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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