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과이도 편에 서지않으면 다 잃을것" 베네수 군부에 경고(종합)

입력 2019-02-19 09:59  

트럼프 "과이도 편에 서지않으면 다 잃을것" 베네수 군부에 경고(종합)
"자금 숨긴 곳 안다"며 마두로 정권 지지하는 군부 '돈줄' 압박
"사회주의는 죽었다…라틴아메리카에 새날" 反사회주의 천명하며 이념공세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백나리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버팀목'인 베네수엘라 군부에 후안 과이도 임시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 '돈줄'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사회주의의 종말'을 선언하면서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남미 사회주의·공산주의 정권들을 통째로 겨냥하는 동시에 미국 내 진보 진영을 간접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애미 플로리다국제대학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미국인 공동체를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베네수엘라 군부를 향해 "과이도 대통령의 사면 제안을 받아들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군부가 숨겨놓은 자금을 가리켜 "우리는 그들이 누군지 알고 그들이 숨긴 돈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마두로 정권을 지탱하는 군부를 겨냥해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한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서지 않으면 돈줄과 기득권을 빼앗겠다고 직접 압박한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 군부는 '한 나라 두 대통령' 교착 상태를 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대부분 마두로 정권에 충성을 바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자국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 조치를 단행하며 압박 작전에 착수한 상태다. 이어 마두로 측근 5명도 제재하는 등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군부를 향해 "당신들은 지금 마주한 선택에서 숨을 수 없다"며 "가족 및 동포와 평화롭게 살기 위해 과이도 대통령의 사면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회유했다.
그는 "아니면 마두로를 계속 지지하는 두 번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이 길을 택한다면 안전한 피난처를 찾을 수 없을 것이고, 빠져나갈 길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베네수엘라에서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추구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모든 옵션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군부에 대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원조 제공을 막지 말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은 베네수엘라에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를 제공하려 했지만, 군부가 반입을 거부하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직후 트위터를 통해서도 마두로 정권을 향해 "가난, 배고픔, 죽음의 악몽을 끝내라"면서 "여러분의 국민을 풀어주고, 나라를 해방시켜라!"고 요구했다.

연설에서는 사회주의를 향한 이념공세도 날카로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가 베네수엘라를 완전히 파괴했다"면서 "사회주의는 번영을 약속했지만 빈곤만을 가져왔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나라가 지금은 전등을 켜지도 못할 정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 서반구와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사회주의는 황혼의 시간을 맞았다"면서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니카라과와 쿠바에서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남은 날은 셀 수 있을 만큼 적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와 서반구 전체에서 사회주의는 죽어가고 자유, 번영, 민주주의가 새로 태어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 새로운 날이 오고 있다"라고 선언했다. 미주 대륙이 포함된 서반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로운 반구(hemisphere)가 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는 역사와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애석하고 불명예스러운 이데올로기다. 그래서 항상 결국에는 독재를 낳는다"라면서 "이런 일은 결코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치권으로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의 건강보험과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낙인찍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출신 미국인들을 상대로 '사회주의 때리기'에 골몰한 것은 2020년 재선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늘 적은 표차로 선거 승패가 결정되는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정치적 경합주) 중 하나다. 특히 히스패닉 표심이 당락을 결정하는 일이 많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남미 사회주의 정권을 피해 망명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마두로 정권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AP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에 사는 베네수엘라 출신 인구는 10만여 명으로 민주당이 공을 들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자들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투표 참여 성향이 강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zoo@yna.co.kr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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