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파인 설명 들었는데도 여전히 막막…시간이 필요해"

입력 2019-02-19 16:54   수정 2019-02-19 18:04

"에듀파인 설명 들었는데도 여전히 막막…시간이 필요해"
경기교육청 사립유치원 대상 교육 시작…참석자들 갸우뚱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우리 유치원은 급식업체가 따로 없고 원장선생님이 새벽마다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와요. 경매장에서 카드보다는 현금 결제를 하게 되고 간이영수증을 받아오는데 에듀파인에 입력하려면 간이영수증으로는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용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공개한 하루 뒤인 19일 경기 수원 권선구 한 중학교 컴퓨터실에서 진행된 수원교육청의 에듀파인 집합 교육이 끝나자,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과 회계담당 직원들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교육에는 수원지역 에듀파인 의무 적용 대상 유치원 23곳 중 절반에 못 미치는 10곳가량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에듀파인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사용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유치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마저도 에듀파인에 사립유치원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 '배려'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원아 수 190여명 규모의 유치원 원장인 A씨는 "회계 투명성을 위해 에듀파인을 사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해 오늘 교육에 참석해 설명을 들어봤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원아 원복을 구매할 때 업체에서 요구하는 최소 구매 수량이 있다. 신입 원아가 10명이라고 해도 최소 수량인 20개를 주문해 재고로 둔 다음 이듬해 신입생에게 주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에듀파인을 쓰면 세입과 세출이 맞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복 업체를 바꿔야 하는데 개학 2주 남기고 어떻게 바꾸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조정해 나가도록 조정하는 시간이 최소 1∼2년은 필요한데, 당국에서 이런 고려는 없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유치원 회계 담당자는 "학교에는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있고 체계가 잡혀있는데 사립유치원은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수도가 파열돼 공사해야 하는데 품위며, 결재며 이런 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걱정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에듀파인 시스템 자체는 편리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립유치원 한 관계자는 "새로운 시스템에 겁을 먹고 왔는데 생각보다 입력하는 게 쉬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참여를 위해 이날부터 집합 및 찾아가는 교육을 이어갈 계획이다.
도내 에듀파인 의무 적용 대상(원아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인 곳은 모두 196곳이다.
유치원 개학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도내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져, 도교육청은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참여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미 100명이 넘는 전문 강사진을 꾸렸으며, 사립유치원의 실제적인 에듀파인 활용을 위해 유치원별 멘토를 지정하고 1대 1 전담 교육을 지원해 가기로 했다.
한편, 그동안 상당수 사립유치원은 학부모 부담 경비와 누리과정 지원금 등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회계로 처리해왔다. 이 때문에 정당하게 회계 집행하지 않고 유치원 운영자 주머니로 빼돌리는 회계 비리가 가능했다.
공·사립 학교가 사용하는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도 활용하면 이 같은 회계 비리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young8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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