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간 내 충분한 변론 불가능…도주·증거인멸 우려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고동욱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법원에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19일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에 보석(조건부 석방)을 청구했다.
변호인은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검찰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정된 구속기간 내에는 피고인이 이를 검토해 변론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이 불완전한 검토 자료를 바탕으로 방어권 행사를 할 경우 사안에 대한 심리가 모두 이뤄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불구속 재판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사건의 사실 관계는 변호인보다 피고인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만일 피고인의 구속 상태가 지속된다면 구치소에서 약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 기한은 7월 11일이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구속 기한에 맞추기 위해 재판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면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증거 인멸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광범위한 증거가 수집돼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공모 관계에 있는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 영장을 기각한 것도 그만큼 증거가 충분히 수집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이 관련 법관들을 회유할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언론에 따르면 많은 법관이 이 사건으로 인해 피고인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며 "설령 진술자들이 피고인 연락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이미 은퇴한 피고인 연락을 듣고 자신들의 진술을 변경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 절차를 피할 생각이 결코 없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라며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얼굴도 전 국민에게 공개된 현재 도주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항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심문은 재판 절차가 시작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에 비판적 의견을 낸 판사들 명단을 작성해 인사상 불이익을 검토·실행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양 전 대법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의혹 축소·은폐 ▲ '정운호 게이트' 당시 수사정보 불법수집 ▲ 대한변호사협회 압박 ▲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천만원 비자금 조성 등 기소된 공소사실만 47개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추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1차 기소된 사건의 재판부에 사건을 모두 병합해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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