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트럼프 노벨상, 있을 수 없어"…시민단체 "도대체 이유가 뭐냐"
정부 내서도 비판론…고노 외무상 "유감이지만 비핵화 진전 없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준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일본 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로 적합한지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야당에서는 강한 비판과 함께 "부끄럽다"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도대체 이유가 뭐냐"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1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한 사실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전날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추천했는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사실상 이를 인정한데 이어,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추천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공식 요청을 받고 추천을 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요청을 받고 가을께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추천을 했다는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베 총리가 노벨평화상이라는 것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아주 아름다운 서한의 사본을 내게 줬다"고 깜짝 발언을 하며 세상에 공개됐다.
후보 추천을 둘러싸고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이 거센 것은 타국의 정상에 대해 이례적으로, 그것도 자국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트러블 메이커'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가와사키 아키라 국제운영위원회 대표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침과 자국중심주의적인 발언을 볼 때 그가 '국가 간의 우애'라는 노벨평화상 수여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며 "추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의 대표가 추천했다면, 국민은 (후보 추천에 대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며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알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아베가 나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줬다" / 연합뉴스 (Yonhapnews)
아베 총리의 행동이 모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그간 겉으로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일관되게 강조하며 북한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온도차를 갖고 있었음에도 뒤에서는 몰래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됐다는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가와 준야(小川淳也) 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상은 있을 수 없다"며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대표도 "납치문제도, 핵·미사일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베 정권 인사들 가운데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감이지만 비핵화는 아직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미사일 포기를 실현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연히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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